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 고위 보좌관이 행정부가 공무원들에게 충격을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자의적인 해고와 모욕적인 처우로 이미 그 목표는 손쉽게 달성된 듯하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뿐만 아니라 납세자도 피해를 입고 있다. 정부효율부(DOGE)가 연방 정부를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비효율적으로 만들면서 세금도 낭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IRS)에서는 직원들이 월요일마다 공용 컴퓨터 앞에 줄을 서서 DOGE에서 요구하는 ‘지난주에 내가 한 일 다섯 가지’라는 e메일을 제출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작 납세자들의 고객 상담 전화는 응답 없이 방치된다. 국토관리국(BLM)에서는 연방 측량사에게 삽 같은 간단한 장비조차 현장에서 직접 구매할 수 없게 했다. 곧바로 가까운 마을이나 철물점으로 달려가는 대신 직원들은 작업을 멈추고 새 부품을 주문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전국에 몇 명뿐인 구매 승인 관리자를 찾아다녀야만 한다.
필자는 지난 몇 주 동안 좌절에 빠진 공무원들을 인터뷰했는데 그들의 말은 대체로 공포와 분노, 블랙 유머가 섞여 있었다. 그들은 DOGE의 보복이 두려워 익명으로만 의견을 전했다. 평범한 업무 수행도 이전보다 훨씬 오래 걸리고 생산성은 끝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DOGE가 지시하는 의미 없는 잡무 때문에 직원들은 오히려 본 임무를 소홀히 한다고 처벌을 받을 상황에 놓였다.
특히 많은 직원은 트럼프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관련 정책을 금지하면서 기관 문서에서 금지된 단어들을 삭제하는 작업에 투입됐다. 국방부의 한 직원은 “우리에게 주어진 최우선 업무는 3년 전 트윗에서 ‘다양성’이라는 단어가 있는지 찾아 지우는 것”이라며 어이없어했다.
게다가 DEI 위반 단어의 기준이 거의 매일 바뀌면서 직원들은 똑같은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한 직원은 이미 여러 차례 성과 계획서와 계약서에서 금지 단어들을 지워야만 했다. 처음에는 트럼프 취임 첫날 내려진 명령에 따라 ‘다양성’과 ‘형평성’을 삭제했고 몇 주 후에는 금지된 단어 목록에 ‘환경 정의’와 ‘사회경제적’이라는 용어가 추가돼 다시 작업을 해야 했다. 그런데 그 작업이 끝난 지 몇 시간 만에 갑자기 상급 관리자가 “새로 내려진 삭제 명령은 나사의 공식 정책이 아니므로 쓰지 말라”는 e메일을 보내면서 현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결국 나사 본연의 업무는 계속 방치된 상태다.
그러는 사이 연방 정부의 일부 결제도 갑자기 중단됐다. 일상적 업무에 쓰는 신용카드가 취소되거나 한도가 단 1달러로 줄어들었다. 계약도 중간에 무작위로 취소되고 있다. DOGE 관리들은 이것이 비용 절감이라고 착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실제 간단히 연장할 수 있었던 계약이 만료되면 다시 길고 비싼 입찰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필수 업무가 지연되며 결국 정부와 시민 모두가 피해를 입는다. 예를 들어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모든 계약의 신규 체결과 연장에 상무장관의 승인이 필요해 심각한 업무 정체가 발생하고 있다. NOAA의 ‘기상 경보 라디오 네트워크 유지보수’ 계약도 곧 만료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다. 토네이도 등 재난 경보가 매우 중요해지는 계절이 다가왔음에도 이 같은 계약은 계속 표류 중이다.
정부 효율성을 연구하는 ‘공공서비스 파트너십’의 맥스 스티어 대표는 DOGE의 조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마치 핵발전소에 뛰어든 어린아이처럼 마구잡이로 버튼을 누르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초래하는 결과의 심각성을 전혀 모릅니다.”
DOGE가 내린 새로운 지침들은 정부 인력과 세금을 낭비할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까지 악화시키고 있다. 사회보장국(SSA)은 최근 전화로 가능했던 서비스 신청을 반드시 사무소 방문이나 온라인을 통해서만 접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온라인 시스템이 노인들에게는 이용하기 어려운데다 동시에 지역 사무소가 줄줄이 폐쇄되고 직원들도 해고된다는 점이다. 만약 당신이 운 나쁘게도 사회보장국의 착오로 ‘사망 처리’된 사람이라면 연금을 다시 받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동시에 국세청은 모든 비영어 안내문과 서류를 삭제 중이다. 이는 납세자들의 자발적인 세금 준수를 어렵게 하고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만 늘릴 것이다. 만약 효율적인 정부 운영을 원했다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는 ‘효율적 정부’라는 말 자체가 어쩌면 너무나 큰 기대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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