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 빚 데드라인 30일을 앞두고 ‘사채남’, ‘안경남’, ‘목격남’, 유정, 길용, 주연 등 6명의 얽히고설킨 악연을 여섯 개의 에피소드로 풀어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악연’. 각 회의 엔딩이 다음 회를 곧바로 클릭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중독성 있는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 ‘검사외전(2016)’으로 관객 970만 명을 동원한 이일형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 감독은 첫 드라마 연출작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드라마, 시리즈의 문법을 정확하게 포착해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악연과 업보’로 점철된 스릴러물을 만들어 냈다.
동명의 카카오웹툰이 원작인 ‘악연’은 일명 ‘사채남’ 박재영(이희준 분)이 사채업자(조진웅 분)로부터 사채 빚을 30일 안에 갚으라는 통보를 받으면서 시작한다. 박재영은 아버지가 음주 운전에 의한 교통사고를 당해도 합의금만 챙기려는 인물이자 사채를 갚기 위해 조선족 길용(김성균 분)에게 아버지를 죽여 달라고 청부 살인을 교사하는 패륜아다. 아버지에 대한 살인 청부 목적은 아버지가 들어 놓은 거액의 사망 보험금 때문이다. 재영의 아버지에 대한 살인 교사로 얽히기 시작한 ‘안경남’(이광수 분), 유정(공승연 분), ‘목격남’(박해수 분), 외과의사 주연(신민아 분) 등 6명의 악연은 각 회를 지나면서 반전을 거듭하고 서서히 드러나는 ‘악행의 먹이사슬’은 극도의 긴장감과 스릴감을 자아낸다. 비현실적인 설정 같지만 그동안 뉴스를 통해 접했던 패륜을 비롯해 성폭행, 사기, 살인 교사 등이 인간사의 인연이라는 설정으로 풀어낸 점이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특히 자본가로 대표되는 사채업자와 지식인으로 대표되는 주연의 의사 남자친구가 등장인물 사이에 얽힌 악연을 드러내는 트리거이자 악행을 종결하는 자로 설정된 점은 이 작품의 또 다른 메시지이기도 하다. 6명의 악몽 같은 인연이 처음 만들어진 것이 질투심 때문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질투에 대해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을 보고 느끼는 고통스러운 감정’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 고통스러운 감정은 인간의 가장 파괴적인 감정 중 하나다. 결국 6명의 악연이 유정의 주연에 대한 질투심에서 시작됐다는 점이 후반부에 퍼즐처럼 맞춰진다. 여기서 더욱 시청자를 서늘하게 하는 지점은 유정과 주연이 이 악연의 시작을 알지 못한 채 시리즈가 끝난다는 것이다. 유정은 자신의 질투심이 어떤 사건과 악연들을 만들어내는지 알지 못하고, 주연도 자신이 왜 그러한 불행을 겪게됐는지를 모른다. 이처럼 악연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만들어지기도 하고 영영 드러나지 않은 채 불행과 파국을 만들어낸다. 또 아무것도 모른 채 원망하고 자책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모든 인간 관계와 인연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만들어지는 감정들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 업보의 의미와 무게 말이다.
배우들의 연기 변신도 눈길을 끈다. 박해수, 김성균, 이희준, 이광수, 공승연은 그동안 맡은 적이 없었던 악역을 맡아 분노를 유발한다. 신민아도 트라우마를 가진 외과의사로 분해 깊이 있는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4일 넷플릭스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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