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혈세가 투입 되는 에술지원 사업에 주요 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와 예술경영지원센터(예경), 한국예술인복지재단(복지재단)의 역할이 명확하게 나눠진다. 지원기관 간의 중복을 없애고 예술산업 또는 예술의 시장화를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예술지원기관 역할 정립 공청회’를 열고 예술지원체계 개선방향을 공개했다. 이날 공청회는 지난 3월부터 매주 열고 있는 ‘오후 3시의 예술정책 이야기’의 다섯번째 순서로 마련됐다.
문체부의 대표적인 예술지원 기관은 문예위, 예경, 복지재단 등 3곳인데 그동안 세 기관 간에 역할의 불명확, 중복 지원 문제가 계속 지적됐다. 이날 문체부에 따르면 앞으로 ▲ 문예위는 ‘예술 창작 지원’ ▲ 예경은 ‘예술 유통·산업화 지원’ ▲ 복지재단은 ‘복지 지원’으로 역할이 엄격하게 구분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한정된 자원에서 중복, 낭비를 배제하고 제대로 된 지원을 위해 이번 방안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최근 저성장과 국가재정 악화 상황에서 문화재정 투자 여력이 감소하고 이는 특히 예술 분야 지원의 효율화가 필요하게 됐다. 올해 순수예술 예산은 작년 대비 9%가 늘어났는데 이는 올해 문체부 전체 예산 증가율 1.6%에 비해서는 훨씬 큰 수치다.
이번 지원역할에서 세부적으로는 문예위는 단계별 창작 지원과 시설 연계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다년 지원 및 후원제도 연계를 통해 예술단체 자생력을 제고한다. 지역추천 및 모니터링, 평가 환류를 통해 심의 없는 지원도 확대한다.
반면 예경은 사업체·시설 및 금융투자 지원, 프로젝트별 펀드 활성화 등을 통해 기존 장르 중심에서 기능 중심으로 지원방식을 다양화한다. 또 예술 유통 및 시장 관련 기존 플레이어를 스케일업하고 또 예술 유통 및 시장 테이터 통합 구축과 관리에 주력한다. 기존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미술전시통합전산망도 새로 추진한다.
복지재단은 ‘예술인 공제회’ 등을 통해 예술인 안전망을 구축하고 예술인경력정보시스템 및 일자리 플랫폼을 관리하게 된다.
다만 지방에서는 지역 예술 균형발전을 위해 문예위·예경·복지재단 등 통합 지역사무소 설치를 2026년부터 본격 추진한다. 통합 지역사무는 서울(예경), 나주(문예위)와 함께 강원권, 충청권, 경상권에 개설한다. 통합 지역사무소에는 전담심의관을 두고 각 지자체 예술 지원사업과 연계를 긴밀히 할 예정이다.
이날 예술단체 육성을 위한 청사진도 공개했다. 크게 생태계를 고려한 예술단체 육성과 지원방식 다양화, 예술산업 및 시장정보 통합관리 등 3가지다.
우선 예술 생태계 관련해서는 창자지원-발표(공간)-유통-홍보 등 기관 간 사업연계를 강화한다. 예를 들면 문예위 창작산실 올해의신작 선정작을 예경 유통사업 공모사업 비경쟁과 자동 연계하는 방식이다. 공공예술시설 제작기능 강화를 통한 예술단체 육성 및 심의기능 분산도 정교화한다.
다양한 지원방식으로는 기존 정부의 보조금 지원 외에 보증, 융자, 펀드 등 다양한 정책금융 방식을 도입한다. 또 예술산업 시장 정보 통합관리를 위해서는 공연 및 미술 통합전산망을 확대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를 보면 전반적으로 예경의 역할이 강화된 것이 특징으로 해석된다. 문체부는 지난달 초 공개한 중장기 문화비전 ‘문화한국 2035’에서 15번째 핵심 과제로 ‘시장 중심 문화예술 생태계 조성’을 명시했었다.
자세하게는 현재 예술분야가 보조금 지원 위주의 사업들로 예술계의 정부 의존성이 심화되고 예술 단체 및 기관의 장기적 역량 강화에 한계에 봉착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정책 금융기법 및 민간의 재원 등을 활용해 예술시장을 만들고 현장의 자생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날 용호성 문체부 1차관은 “과거에는 프랑스나 영국, 미국이 예술정책을 어떻게 하나 보고 벤치마킹하는 방식을 사용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다른 나라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변화를 주도하는 위치가 됐다”며 “우리가 놓인 조건에 최적의 정책, 사업 모델을 고민하고 현장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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