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던진 '경제적 핵폭탄' 상호관세의 여진은 3일 더 증폭됐습니다. 뉴욕증시가 2020년 팬데믹 이후 최대폭 폭락했습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했던 바"라며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밀어붙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는 25%, 26%에서 이날 다시 25%로 확정이 됐습니다. 하루 사이에 숫자가 3번 왔다 갔다한 것으로, 숫자가 왜 변경됐는지 설명은 없었습니다.
25→26→25%…백악관, 韓 상호관세율 또 수정
일단 한국 상호관세 내용입니다. 3일 백악관 홈페이지 상의 상호관세 행정명령 부속서에는 한국에 대한 관세율이 25%로 수정돼 기재됐습니다. 2일 로즈가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든 패널의 숫자는 25%, 이후 홈페이지 부속서에서는 26%로 기재된 바 있습니다. 이에 정확한 수치를 알려달라는 한국언론의 요구에 백악관은 26%가 맞다고 했습니다.
주미 한국대사관도 2일 밤부터 미 상무부, 미 무역대표부(USTR) 등에 어떤 수치가 정확한 것인지 문의를 했고 미국 측도 조사를 해보겠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후 3일 미국 측은 다시 이를 25%로 수정한 뒤 주미 한국대사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측은 한국의 상호관세율을 25%로 수정해 최종 결정한 것에 대해 특별한 설명 없이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25%가 맞다"라고만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수억달러를 좌우할 상호관세율을 책정하면서 혼선을 낳은 것도 모자라 뚜렷한 배경 설명 없이 슬그머니 숫자를 바꾼 촌극이 벌어진 셈이죠. 한국 외에도 인도, 스위스, 필리핀 등 10여개국의 수치도 트럼프 대통령의 패널과 부속서 상이 달랐는데 이날 패널과 일치되도록 수정됐습니다.
1%포인트가 작은 차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수백억달러의 무역구조 상 1%포인트는 수억달러를 좌우하죠. 특히 선진국인 미국이 전세계에 영향을 미칠 상호관세 행정을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것도 전례가 없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트럼프 “주식하락, 예상했던 바…엄청난 것 가져오면 협상 열려있다”
3일 트럼프 대통령은 증시 폭락에 크게 개의치 않으며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곧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백악관 풀기자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 (관세가) 곧 시작된다"며 "의약품도 전에 본 적이 없는 형태로 들어오기 시작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들 관세는) 별도의 범주"라며 "가까운 미래에 발표할 것이고 지금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전세계 모든 국가에 대한 10% 보편관세를 5일부터, 67개국에 대한 더 높은 관세는 9일부터 부과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는 3일부터 시행됐는데, 이어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조만간 발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관세 정책으로 뉴욕증시가 팬데믹 이후 최대폭 하락한 것에 대해 "예상했던 대로"라며 "(미국이라는) 환자가 많이 아팠다. 경제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픈 환자였다. 수술을 받았다. 경제가 호황을 누릴 것이다. 수 조 달러가 들어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경제는 아픈 환자에 비유하고 관세 정책을 수술에 비유하며 지금 주식시장이 수술에 따른 충격으로 내렸지만 곧 나아질 것이라는 뜻을 역설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각국과의 협상에 대해서는 일부 가능성을 열어놓았습니다. 하지만 '큰 것'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고 관세가 아예 없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시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가 '엄청난' 것을 제공한다면 협상에 열려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습니다. 이에 앞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CNN 인터뷰에서 미국이 지적한 불공정 무역 관행을 다른 나라들이 먼저 없애야 각국과 관세 인하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철회할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한국을 예로 들면 25%의 관세율이 낮아질 수는 있겠지만 보편관세율인 10% 이하로까지 떨어지긴 힘들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이날 러트닉 장관은 한국을 콕 집어 "미국은 2012년 한국산 자동차를 수입하고 그 대신 한국은 우리 농산물을 수입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맥도날드가 프렌치프라이를 가져오려 하자 한국은 실제로 우리가 프렌치프라이를 가져올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가 감자의 원산지를 증명할 수 없어 미국 기업이 프렌치프라이를 가져올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