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조치가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흔들며 미국 달러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재선 이후 이어진 강달러 흐름이 사라지면서 시장에서 달러의 구조적인 약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현지 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미국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전일 대비 1.67% 급락한 102.07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일주일 전인 올해 1월 13일 기록한 고점(109.96)을 되돌렸을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지난해 11월 6일(105.09)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것이다.
이는 올해 초 분위기와는 정반대다. 당시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와 관세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달러 강세를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실제로 2월에는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가 “트럼프의 정책은 강달러 기조와 완전히 일치한다”며 행정부의 강달러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정부 인사들은 단기적인 달러 약세는 개의치 않는다는 발언을 이어왔다.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관세를 부과하고 이에 따른 경기 침체와 달러 약세를 감내해야 한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단기적으로 수입 억제를 통해 무역수지 개선을 노리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수입 원가 상승과 공급망 혼란을 촉발해 소비자물가 상승(인플레이션), 경기 위축(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를 향한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과 달러 신뢰도 저하로 이어졌다. 도이체방크는 “달러는 지금 신뢰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자본 흐름의 방향 전환은 기축통화의 구조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달러의 구조적인 약세를 전망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문디의 미국 고정수익 및 환율 전략 책임자인 파레시 우파디야야는 블룸버그통신에 “달러 약세장이 도래했고 지금 그 기세는 매우 거세다”며 “미국 경제는 경기 침체 직전의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달러지수가 올해 10%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컬럼비아스레드니들인베스트먼트의 전략가 에드 알후세이니도 “달러의 구조적 매도세가 이제 막 시작된 단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이 달러 하락에 베팅한 금액은 3월 말 기준 약 27억 달러(약 3조 9000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재선 이후 처음으로 본격적인 달러 쇼트 포지션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한편 이날 달러를 제외한 주요 10개국의 통화 가치는 모두 상승했다. 엔화와 스위스프랑 등 이른바 ‘저리스크 통화’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안전 자산 선호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4일 오후 4시 기준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5.91엔 전후로 거래되며 전일 대비 하락(엔화 강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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