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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마지막 서기장의 균열…사회주의 '별'이 졌다

■소련 붕괴의 순간(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고르바초프 '정치적 무능함' 문제

무리한 시장경제 결합 혼란 부추겨

개혁 불씨 민족주의 '봉인 해제'도

결국 '내부사고'로 제국 몰락 불러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과 에리히 호네커 전 동독 공산당 서기장이 1987년 5월 27일 베를린 쇠네펠트 공항에서 입 맞추는 모습. 연합뉴스




1987년 12월8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서기장(왼쪽)과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서명하고 있다. 미국과 소련간 핵군축 합의의 기본이 된 INF 조약은 냉전 종식을 앞당긴 성과로 평가받는다. 로이터·연합뉴스




영화 ‘히든 피겨스(2017)’와 ‘플라이 미 투 더 문(2024)’은 1960년대 미국과 옛 소련 사이에 벌어졌던 치열한 우주 경쟁을 다룬 작품이다. 소련이 1957년 10월 4일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를 쏘아올리면서 미국은 소련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당시에는 이처럼 소련은 미국의 최대 경쟁국이었다. 지금은 그 자리를 중국에 넘겨줬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종신 집권’을 하는 나라,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나라로 인식되고 있지만 말이다.

신간 ‘소련 붕괴의 순간’은 너무나 견고해 붕괴될 것이라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소련의 붕괴가 사실은 내재화된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거짓말처럼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저자인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영국 런던정경대학교 교수는 소련의 붕괴를 복잡한 내부 모순과 우연적 사건들이 얽힌 ‘정치적 사고’로 규정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 진영의 승리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 책은 소련 공산당의 마지막 서기장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를 중심으로 사회주의 제국의 몰락을 재구성했다. 특히 저자는 고르바초프에 대해 확고한 이념적 신념과 개혁에 대한 열망을 지닌 지도자였지만 성과에 비해 내치에서는 무능해 실패한 개혁가로 남았다고 평가했다. 고르바초프의 ‘이데올로기적 열성’과 ‘정치적 소심함’이라는 이중성이 소련의 붕괴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또 계획경제의 구조적 결함, 장기적인 재정 위기, 민족주의와 종족 간 갈등까지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가장 견고했던 사회의주 제국이 무너졌다고 짚었다.



경제적 요인은 소련 붕괴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였다. 미국은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달리고 있던 반면 소련은 공산주의의 본산이었다. 공산주의만으로는 인민을 먹여 살릴 수 없었다. 실제로 소련은 1980년대 들어 심각한 재정적 위기에 직면했고 산업 생산이 정체됐으며 국가는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시장경제를 일부 도입하려 했던 고르바초프의 시도는 오히려 시스템 혼란만 부추겼다. 사실 소련 경제는 내부의 구조적 결함과 다양한 외적 이유로 곳곳에서 돈이 샜다. 기존 계획경제의 결함과 더불어 고르바초프의 시장경제 도입이 소련의 경제와 재정을 의도적·비의도적으로 파괴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슈퍼마켓에는 공산품이 꽉 들어찼지만 텅텅 빈 소련의 상점과 식탁을 채우지 못하는 정부에 대중은 등을 돌렸다.

소련의 복잡한 민족 문제도 붕괴를 촉진하는 원인이었다. 다양한 민족과 종족이 뒤섞인 제국의 구조 속에서 민족주의는 억눌린 감정으로 잠재돼 있었다. 개혁과 개방이 순식간에 그 봉인을 풀었고 독립을 원하는 목소리가 걷잡을 수 없이 연방 곳곳에서 퍼졌다. 미국의 정치학자 마크 베이싱어는 ‘민족주의 반란과 종족 간 폭력의 복합적 물결’이 소련이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는 능력을 압도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책은 소련의 붕괴는 이런 개별 요인이 연쇄 반응을 일으킨 결과라고 짚었다. 미국과의 힘겨루기, 고르바초프의 지도력과 무능함, 경제 위기, 민족 갈등 등 시대의 흐름이 만들어낸 복합적 조건들이 한순간에 폭발하며 ‘퍼펙트스톰’을 일으켰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또 느닷없는 소련의 붕괴가 러시아에 제국주의의 망령을 소환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서방과의 대립 구도, 내부 통제 강화 등 현재의 러시아는 소련 말기의 권위주의적 퇴행과 데칼코마니처럼 닮았다는 것이다. 특히 2014년 푸틴이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 러시아는 서방의 무관심 속에서 다시 제국주의의 망령을 좇는 길로 들어섰다고 경고한다.

한편 199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1991년 12월 25일 소련의 붕괴를 선언했던 고르바초프는 심각한 질병으로 오랫동안 투병하다 2022년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4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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