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터뜨린 가운데 중국이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분별한 관세정책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세계 경제 질서에 신뢰를 흔들어 중국이 많은 국가들과 새로운 무역 질서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진단에서다.
3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정책으로 중국이 세계 통상 무대에서 재부상할 가능성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한동안 부동산 시장 붕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저가 상품 덤핑 등 부정적인 이슈로 주요국과 마찰을 일으켰던 중국이 이번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을 계기로 주요국들과의 관계가 재설정될 수 있을지가 주목되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국가에 관세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은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면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동맹국을 포함해 아시아 주요 국가와 전반적인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짚었다. 전일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사설을 통해 “세계 무역 시스템을 폭파하는 것은 대통령이 선전한 것과 같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중국이 자국의 거대한 시장을 이용할 수 있는 계기를 줘 미국 동맹국들에 구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유럽·일본·한국 등 동맹국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한 미국은 많은 나라들과 관계가 악화할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대안적 질서의 부상 속에 중국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주요국들과 경제 블록화를 통해 통상 접점을 넓혀갈 것으로 전망한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대표적인 협정으로 꼽힌다. 이는 일본·영국·캐나다 등 12개국들이 경제 통합과 무역 증진을 목표로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미국이 주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모태로 하는데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이 협정에서 탈퇴했고 중국은 그 빈자리를 노려 2021년 승인을 신청했다.
특히 이 협정 가입국들이 세계 수입 시장에서 약 20%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1위 수입국 미국이 세계 시장에서 13%의 비중을 이루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경제 블록은 미국에 버금갈 만한 시장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중국은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비롯해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등과의 관계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어떻게 미국이 결국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일부 국가는 미국과의 관계가 어려워지면서 아시아 초강대국 중국과 무역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브라질은 중국으로 소고기·콩 수출을 늘리고 있으며 다른 국가들도 인도태평양을 무역의 미래로 보고 중국 공급망에 통합되기를 원한다”며 “미국 동맹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로 인해 중국과 경제협정을 체결할 의향이 더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이 세계 상품 시장에서 덤핑 등의 문제를 일으켰던 점을 볼 때 많은 나라들의 신뢰를 얻기가 쉽지는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수입 시장이 역시 그간 막대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진입 장벽이 높고 외국 기업들이 경쟁하기 힘든 여건 역시 문제점으로 꼽힌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중국 정부의 재정 약화와 국가 채무 증가 등이 예상된다며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피치는 전날 중국의 외화표시 장기채권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춘다고 밝혔다. 또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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