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4일 파면되면서 ‘4대 개혁’ 가운데 핵심으로 꼽히는 의료개혁도 당분간 동력 상실이 불가피해졌다. 의료계가 윤석열 정부의 의료정책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방향성에 공감하는 정책들은 차기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해도 다른 형식으로도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른바 ‘정권을 타지 않는’ 정책들이라는 것이다.
당장 관건은 1년 넘는 의정 간 갈등을 촉발한 의대 정원 문제의 해법이다. 내년도 의대 정원조차 의대생들이 복학 후 수업거부를 이어가면서 정부가 발표한 ‘모집인원 3058명’이 불투명한데다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구성에도 현 정치적 상황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의료개혁특위는 연장… “대선 공약 지켜봐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작년 4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당초 활동시한이 24일까지였으나 위원들의 연임 의사를 확인하며 1년 임기 연장을 결정한 상태다. 다만 향후 대선 결과 등 정치적 흐름이 활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앞서 공식 발표했던 의료개혁 실행방안마저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특위는 지난해 8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등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지역 2차 병원 육성, 비급여·실손보험 개혁, 의료사고안전망 구축안 등 2차 실행방안을 내놨다. 이들 정책은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만큼 계속해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의료사고안전망 대책의 경우 국회에서 의료분쟁조정법 등 법을 개정해야 할 뿐 아니라 환자·시민사회단체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앞으로 진통이 불가피하다.
다만 당초 이달 중 발표를 목표로 했던 3차 실행방안은 공개가 불투명하며, 여기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던 진료면허제나 미용시장 관리방안 등의 논의도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진료면허제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에도 일정기간 동안 수련을 거쳐야 개원할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정부는 우선 전공의 수련환경 내실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의사가 실시해야 하는 미용의료와 그렇지 않은 미용서비스를 구분하는 ‘미용시장 관리체계 구축안’은 아직 구체적 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표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 다 의료계가 강하게 반대하는 사안이다. 이상일 전 울산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향후 조기 대선에서 후보들이 이 정책들을 보건의료 분야 공약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문재인 정부 시절 공공의대 신설을 통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한 바 있고 의료개혁특위에서 추진하는 정책에 동의하는 것도 일부 있다. 이에 대선 이후에도 의료개혁 과제를 지속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했던 공공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 도입 등 의제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도 있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의료개혁이 이른바 정부를 타는 정책이 아닌 만큼 정부안이 만들어지면 차후 의사결정 체계를 새롭게 정비해서라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의대정원, 급한불 끄면… 수급추계위로 미룰 듯
가장 뜨거운 감자인 의정갈등은 최근 의대생들이 잇따라 복귀하며 변곡점을 맞은 상태다.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3058명으로 결정될지는 이들의 수업 참여에 달려 있다. 의대생 단일대오는 깨졌지만 복귀 후 재휴학 또는 수업거부 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서 섣부른 관측이 어려운 실정이다.
일단 내년 의대 정원 문제가 해결되면 2027학년도 의대 정원부터는 수급추계위로 결정을 미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언제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상태로 수급추계위 안에 잠복하게 되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수급추계위에 위원을 추천하고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의협은 이날 밤 상임이사회를 열어 향후 대응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의대생과 더불어 사태 핵심으로 꼽히는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오느냐다. 현재 근무 중인 전공의는 의정 갈등 이전의 12.4%에 그치고 있어 의료공백은 나아지지 않는 상태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각자 다양한 선택을 한 상태라 통일된 행동을 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당수는 아직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있지만 일반의로 재취업한 이들도 적지 않고 일부는 입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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