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이 헌법재판소 8대0 만장일치 파면 결정으로 4일 막을 내렸다. 2월 25일 변론 종결 이후 한 달 넘게 장고가 이어지며 일각에서는 헌재 재판관들의 내부 갈등으로 선고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8인 재판관들은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법조계에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가치를 재확인하고 분열의 불씨가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한 헌재의 결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헌재는 이날 마지막 평의를 거쳐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했다. 변론 종결 이후 평의에 돌입한 지 38일 만으로 역대 대통령 탄핵 심판 가운데 최장 심리 기록이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최종 변론 이후 선고까지 각각 14일, 11일이 소요된 바 있다.
예상보다 평의가 장기화되자 법조계에서는 여러가지 우려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재판관 사이 의견이 엇갈리면서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재판관 의견이 6대2나 5대3, 4대4 등으로 크게 엇갈리면서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돌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에서 재판관들이 5(기각) 대 2(각하) 대 1(인용) 등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자 이른바 ‘교착설’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또 내부적으로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과 관련해 재판관 사이에 격론이 오갔다는 설도 나왔지만 헌재가 내린 최종 결론은 ‘만장일치 파면’이었다.
재판관들은 모두 12·3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계엄법이 정한 절차적 요건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 △국회 군경 투입 △위헌적 포고령 발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시도 등이 헌법은 물론 현행법에 어긋난다는 데 모두가 동의했다. 보수 성향으로 평가되는 재판관들이 어떤 입장을 나타낼지에 관심이 모아지기는 했으나 전원이 의견을 같이하면서 우려했던 ‘헌재 분열’은 발생하지 않았다. 재판관 사이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관측의 실체가 없었던 셈이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헌재의 만장일치 파면 결정은 탄핵 심판 결정에 불복할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사회 통합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분석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갈라진 진영 간 갈등이 선고 뒤 불복까지 이어져 극으로 치닫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헌재의 이번 결정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헌재는 윤 전 대통령, 국회 측이 탄핵 심판의 절차적 적법성은 물론 실체적 쟁점을 두고도 치열하게 다툼을 이어온 만큼 불복 빌미를 차단하기 위해 평의 과정에서 법리 검토와 결정문 문구 수정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는 또한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이 헌법 가치를 재확인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헌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만장일치로 탄핵을 결정함으로써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바로잡았다는 분석이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헌재는 헌법에 부여된 권한에 따라 헌정 질서 파괴 행위를 한 현직 대통령을 파면했다”며 “이를 통해 헌정 질서를 회복하고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법치주의를 기초로 한 민주공화국이라는 점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헌재는 두 차례 현직 대통령 탄핵 심판을 거치면서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확고한 법리 기준을 수립했다”며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행위가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국민 신임을 배신한 때는 파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가치를 그대로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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