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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뒤덮은 보호무역 공포…월가 "2차 물가파동 올 것"

■관세 폭탄에 나스닥 -6%…5년만에 최대 낙폭

공급망 훼손→경기둔화 우려 확대

'맞불'땐 지정학적 갈등 커질 수도

리사 쿡 "불확실성 역대 최고수준"

월가 일제히 스태그플레이션 전망

트럼프 "환자 수술…매우 잘 진행"

미국 3월 실업률 4.2% 예상 상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다음날인 3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오클랜드항에 컨테이너선이 정박해 있다. AP연합뉴스




“보호무역주의가 부활한 듯합니다. 모든 나라가 국경을 닫고 공급망을 다시 설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증시가 폭락했던 2020년 3월 존 덴턴 국제상공회의소(ICC) 사무총장이 경제 상황을 진단하며 내놓은 발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며 보호무역주의 공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덮자 5년 전 발언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3일 나스닥종합지수는 5.9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84% 급락하면서 2020년 팬데믹 발발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22년 물가 파동,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강도 긴축 당시의 하락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전날 발표된 관세 규모는 시장의 예상보다 컸고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상호관세 발표 전 씨티그룹의 이코노미스트들이 “우리의 기본 전망, 그리고 시장의 컨센서스에 대한 이해는 관세가 미국 수입품의 약 절반에 대해 평균 10% 수준”이라고 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10%는 각국에 부과된 최소한의 관세 수준이었으며 모든 품목을 포괄했다. 생크추어리웰스의 수석투자전략가인 메리 앤 바텔스는 “이번 발표는 관세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였고 이 시나리오는 시장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경질적인 위험 회피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시장 폭락 배경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관세의 기본 속성이 무역장벽을 쌓는다는 점에서 팬데믹 당시와 같은 공급망 병목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수입 원자재의 가격은 비싸지고 국내 생산 체계를 단기간 내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가격이 상승하고 수요가 둔화된다는 전망이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이것은 일반적으로 유가 급등, 지진, 가뭄 등과 같이 이야기되는 공급 충격(supply shock)”이라며 “문제는 얼마나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관세율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시장이 받아들이는 불확실성은 팬데믹 당시와 맞먹는 분위기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대 연설에서 “최근 전국에서 수집한 경제 상황에 대한 정보인 연준의 베이지북에는 불확실성이라는 표현이 45번 언급됐다”며 “베이지북 편찬 역사상 이 표현이 가장 많이 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팬데믹 때보다 더 극단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관세 특성상 상대방의 맞불 조치를 통해 지정학 갈등으로 증폭될 수 있어서다. 모건스탠리의 자산리서치 매니징디렉터인 에릭 우드링은 “애플은 중국에 직간접적으로 700만 명의 직원을 두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만약 중국이 ‘아이폰을 중국에서 만들 수는 있지만 판매할 수는 없다’는 조치를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라며 “최대 350억 달러의 중국 매출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목할 대목은 상호관세 발표 직후 월가에서 내놓은 경제 전망들이 일제히 스태그플레이션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영국의 글로벌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는 이날 2025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인플레이션 상승률은 3.7%일 것으로 봤다. 노무라증권은 올해 GDP 상승률이 0.6%에 그치는 동시에 근원 물가상승률이 4.7% 수준으로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2V리서치의 이코노미스트 피터 윌리엄스는 “현재 정책 기조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올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물가지수 변동률은 4~5% 범위로 상향 조정돼야 한다”며 “하루 전만 해도 3% 초중반이 적절해 보였지만 이제는 2차 물가 상승 파동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쿡 연준 이사도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날 “기본 경제 예측은 완만한 둔화와 실업률의 소폭 상승, 인플레이션의 단기적 정체지만 이와 다른 시나리오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새 정책의 영향이 최소화될 가능성보다 인플레이션이 오르고 성장률이 하락하는 시나리오에 더 많은 가중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금리 인하 전망도 크게 엇갈렸다. UBS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 마크 해펠은 투자자 노트에서 연준이 최대 네 차례 금리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모건스탠리의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 마이클 가펜은 연준이 금리를 전혀 내릴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날 미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3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22만 8000개로 블룸버그 예상치(14만 개)와 지난 12개월 평균(15만 8000개)을 크게 상회했다. 2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15만 1000개에서 11만 7000개로 수정됐다. 실업률은 4.2%로 시장 전망치(4.1%)와 전월(4.1%) 수치보다 높게 나왔다. 2월 고용 수치는 15만 1000개에서 11만 7000개로 하향 조정됐다.

블룸버그통신은 “3월 미국의 일자리 증가율은 예상치를 훨씬 웃돌고, 실업률이 소폭 상승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광범위한 관세로 타격을 받기 전 탄탄한 노동시장을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가 금융 시장을 뒤덮은 공포를 불식시키기에는 모자라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백악관이 무역 파트너에게 부과할 관세를 고려할 때, 이 데이터는 세계 경제에 대한 급격한 위험 증가로 대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의 반응에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그는 이날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환자가 수술을 받는 것과 같은 큰일이었고 나는 정확히 이런 식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주식시장은, 그리고 우리나라는 붐을 일으킬 것”이라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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