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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된 집은 서 있을 수 없어…위기를 국민통합 기회로"

[尹대통령 파면]

◆ 다시 미래로 '반세기의 대화'

<상> 정계 원로 황우여·청년 박성민이 바라본 韓정치

황우여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대한민국은 8년 만에 또다시 불행한 헌정사를 맞게 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촉발한 탄핵 정국으로 진영·세대 간 대립과 갈등은 폭발 직전의 임계점에 다다랐다. 둘로 쪼개진 나라에서 대내외 위기를 극복할 미래 국가 비전과 정책 수립 논의는 요원하다. 서울경제신문은 헌재의 대통령 탄핵 심판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고 미래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취지 속에 정·재계 원로와 청년 정치인·기업가와의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고자 한다.

먼저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계 원로인 황우여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 출신의 청년 정치인 박성민 전 최고위원을 만나 탄핵 이후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을 물었다. 두 사람은 반세기에 달하는 나이 차이는 물론 정치 이력과 소속 정당도 달랐지만 이번 탄핵 심판을 무너진 정치의 신뢰를 되찾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국민 통합을 일궈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헌재 판결에 깨끗하게 승복하고

폭력행위엔 무거운 책임 물어야

상처입은 사회 곳곳 다시 세워져

-현직 대통령이 8년 만에 또다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헌재 결정을 어떻게 보나.

△황 전 위원장=여야 모두 헌재 판결에 깨끗이 승복해야 한다. 특히 여당은 대국민 입장문을 통해 분명한 승복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박 전 최고위원=사필귀정이고 비정상의 정상화는 이제 시작이다. 헌재 판결을 부정하고 사회 질서를 훼손하는 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 탄핵의 늪에서 벗어나 무너지고 상처 입은 사회 곳곳을 살피고 다시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실패 요인은 무엇인가.

△황 전 위원장=인사가 만사다. 대통령이 직접 모든 국정을 챙길 수 없으니 전문성 있는 엘리트 인재를 적재적소에 썼어야 했는데 그게 부족했다. 내게 충성할 사람, 내 편만 앉힐 게 아니라 이순신 장군이나 제갈량 같은 인재를 발굴하고 기용하는 게 대통령의 역할이다.

△박 전 최고위원=잘못을 인정하지 않던 비겁함과 오만함이 결정적 요인이다. 피해의식 속에 제대로 된 성찰이나 반성 없이 남 탓과 회피로 일관하며 적대적 세계관을 키웠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못하고 비위만 맞춘 여당 인사들의 비겁함이 맞물려 현 정부의 실패를 불러왔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유례없는 갈등의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황 전 위원장=승자독식 구조의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비롯된 극단적 현상이다. 대통령이 되면 구중궁궐에 들어가서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참모와 싫은 소리를 꺼리는 관료들에 둘러싸여 제왕이 되게 마련이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현행 정치체제하에서는 정부와 국회, 여당과 야당의 극한 대립이 일상화될 수밖에 없다. 사람보다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은 ‘분열된 집은 서 있을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지금 우리 상황에 딱 맞는 말이다. 자국 우선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국제 정세 속에서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분열되면 나라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적으로도 국난을 겪으면 단합하는 민족이다. 탄핵으로 나라가 둘로 갈라진 국가적 위기를 국민 통합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올해가 다시 국가의 비상을 노리는 해가 돼야 한다.

△박 전 최고위원=사회를 이루고 있는 기둥들이 무너지고 있다. 원칙과 상식이 무너지고, 민주주의와 법치가 흔들리는 지금 우리는 무엇보다 정치를 회복해 미래를 열어야 한다. 공기와도 같던 민주주의가 오염된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정치의 기능을 회복해 국가 정상화를 위해 달려가야 한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평가절하 당하고 경제가 위협받는 일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성과 없는 빈손 정치가 아닌 내실 있는 알찬 정치를 만들기 위해 정치의 본령을 실현해야 한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개헌 주장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황 전 위원장=개헌은 빠를수록 좋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개헌이 쉽지 않은 것은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을 사람일수록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유력 대권 주자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국회 의결 절차 없이 즉시 국민투표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도 독일은 매년 개헌을 하고, 미국도 3~4년마다 개헌한다. 우리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꾹 참고 입을 필요가 있나. 몸집이 커지면 계속 가봉을 해야지. 그게 선진형 양복제도다.

△박 전 최고위원=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고 계엄령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도 개헌은 필수적이다. 탄핵이 인용된 지금이 개헌 논의의 적기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고치는 방향으로 국회 권한을 강화해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다만 의회 권력 강화가 특정 정당의 권력을 키우는 방향이 돼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담아낼 수 있도록 선거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승자독식체제가 모든 화의 근원

제왕적 대통령제 개헌 논의 필요

강성층에 휘둘리는 팬덤정치가가

반성없는 '적대적 세계관' 키워

-외신에서조차 한국 정치를 ‘검투사 정치’라고 표현한다. 증오의 정치를 끝내고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 작동 원리를 복원할 수 있을까.

△황 전 위원장=역대 대통령의 비극적 말로는 벌써 여덟 번째다. 여덟 번의 참사는 사람의 문제라기보다 제도의 문제가 크다는 방증이다. 결국 제도를 손봐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투표에서 국민의힘에 5.4%포인트 앞섰지만 의석수는 두 배 가까이 많이 가져갔다. 현행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가 민의를 왜곡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중대선거구제로 고친다면 조금이나마 갈등을 줄이고 특정 정당의 독주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박 전 최고위원=야당이 무조건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고 비판하지만 윤 전 대통령 역시 야당의 대화 요청을 무시하고 본인의 독선에 대한 사과나 개선도 하지 않았다. 이런 대통령에 대한 야당의 견제는 불가피했다. 다만 대화와 타협을 위한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 그러려면 제대로 된 정치인을 길러내고 배출할 수 있는 정당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정당정치의 토양이 약화되니 선거철만 되면 외부의 ‘반짝스타’가 나타나 권력을 잡았을 때 어떤 부작용이 발생하는지 직접 경험하지 않았나. 정치인 육성 체계를 제대로 갖추는 것은 물론 정치 개혁 과제나 민생 중심의 정책 논의를 할 수 있는 협의체 등을 상시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팬덤정치’의 폐해가 커지고 있다. 이들에 기댄 정치인들의 막말 역시 도를 넘고 있다.

△황 전 위원장=국민들이 정제된 언론이라는 ‘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데 자극적인 유튜브에 빠져드니 다른 사람의 얘기는 듣지 않고 나만 옳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언론 기능의 제자리 찾기는 물론 정치권 스스로 자정 운동도 뒤따라야 한다. 국회선진화법 이후 물리적 폭력은 사라졌지만 언어폭력은 더 심해졌다. 이제는 막말을 일삼는 정치인을 퇴출할 수 있는 정치선진화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 전 최고위원=정치인의 말은 사회의 마지노선을 형성하는데 넘어서는 안 되는 금도를 점점 넘고 있고 그게 당연시되는 게 문제다. 정치인 스스로 제어가 안 된다면 부적절한 발언에 제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유명무실하다고 지적받는 국회 윤리특위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

-정치권이 갈등과 분쟁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사법부 판단에 의존하는 ‘정치의 사법화’ 행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황 전 위원장=입법·행정·사법의 3권보다 한 차원 높은 경지가 바로 정치다. 국회의원 선서문에 헌법과 양심은 넣되 법률이라는 단어가 빠진 것은 자유롭게 입법과 정치 활동을 하라는 의미다. 그런데 자꾸 법원 판단에 기댈 것 같으면 판사가 국회의원을 하는 게 맞지 뭐하러 선거를 하나. 정치권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박 전 최고위원=이제 국회도 ‘일 좀 하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을 자꾸 사법부에 들고가서 대리시험을 쳐달라는 격이다. 더구나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이 나오면 사법부 흔들기가 시작된다. 정치의 사법화를 끊어내는 방법은 ‘일하는 정치’를 실현하는 데부터 시작해야 한다.

-탄핵 정국을 기점으로 사회 이슈에 대한 ‘2030’ 청년층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정작 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데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황 전 위원장=현행 제도 아래서 청년은 그냥 선거에 내보내면 대부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세대별 비례대표 할당제가 적용돼야 할 이유다. 청년과 노인, 남녀가 골고루 포지션을 나눠 갖는 게 이상적인 국회 모습인데 현실은 대부분 40~60대가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다. 비례대표 제도를 적극 활용해 청년의 목소리는 청년이 대변하고 청년 문제는 청년 스스로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박 전 최고위원=정당 내에서 청년들이 성장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 정당에서는 여전히 사람을 키워내는 건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저는 대변인 오디션을 통해 정치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이런 개방형 기회가 없다면 청년들이 당에서 성장하거나 경험 쌓는 게 쉽지 않다. 각 정당들이 청년 인재 육성을 위한 의지를 갖고 청년 정치인을 길러내야 한다.

정치의 사법화 악순환 끊어내고

국민들 위해 일하는 정치 구현

세대별 비례대표 할당 등 통해

청년들 제도권정치 참여 늘려야

-이제 두 달 뒤면 대선이 열린다.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최우선의 덕목은 무엇인가.

△황 전 위원장=거듭 말하지만 개헌을 통해 선진국에 걸맞은 ‘새로운 옷’을 국민에게 선사하는 게 급선무다. 그다음 중요한 게 외교·국방이다. 경제가 먹고 사는 문제라면 외교·국방은 죽고 사는 문제다. 조선이 망한 게 외교 탓이고, 대한민국을 수립할 수 있었던 것도 외교 덕분이다. 그러려면 우리도 외교의 중요성을 깨닫고 헨리 키신저 같은 외교관을 배출할 수 있는 외교·국방 분야의 제대로 된 양성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또 대통령이 언론과의 잦은 소통을 통해 싫은 소리도 끊임없이 들으려고 해야 한다.

△박 전 최고위원=권력을 개인의 것으로 쓰지 않는 공적 의식이 필요하다. 권력이 주어졌을 때 권력에 취하는 게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쓰겠다는 의지를 갖고 권력을 사유화하지 않을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

-차기 정부는 8년 전과 마찬가지로 인수위 없이 출범해야 한다. 새 정부가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면.

△박 전 최고위원=무엇보다 신속성과 구체성이 중요하다. 이미 외교 전쟁에서 한국이 뒤처졌다는 비판을 뼈아프게 새기고 ‘트럼프발 경제 리스크’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정체된 한국을 다시 도약할 수 있게 만들려면 국정과제 설정부터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여야의 대선 공통공약을 반영해 국정과제를 세우는 것을 시작으로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구체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범국민협의체’ 같은 여야와 진보·보수를 모두 아우르는 조직 구성도 필요하다. 새 정부의 원활한 운영은 독자세력으로만 해낼 수 없다. 다양한 세력을 끌어안아 운동장을 넓게 써야 한다.

차기 지도자 권력 사유화 않는

공적 마인드가 무엇보다 절실

인수위 없이 출범하는 새 정부

여야 공통공약부터 국정 반영을

-차기 대선 주자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황 전 위원장=정치의 일반 원리인데 자기 혼자 살려고 하거나 자기 것만 생각하면 결국 죽는다. 정치인은 국가를 위한 정치 하나의 역할만 하는 것이다. 누가 되든 대통령이 되면 사적인 것을 다 내려놓고 오로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하겠다는 자세와 단호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박 전 최고위원=무너진 나라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회복돼야 한다. 정치는 또다시 시민들에게 빚을 졌다. 이제 정치가 누구를 위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를 보여줄 때다. 무엇보다 지도자라면 차별과 배제의 말을 하면 안 된다. 그 말이 낳는 부작용이 정치의 양극화와 극단의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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