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3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3조 1000억 달러(약 4500조 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글로벌 무역 전쟁 격화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미국 경제 역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치닫는다는 비관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98% 떨어진 4만 545.9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4.84%, 5.97% 급락했다. 5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무역적자 폭이 큰 국가에는 최대 49%의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한국 25%, 일본 24%, 유럽연합(EU) 20% 등의 관세가 9일 0시 1분부터 부과된다. 예상 폭을 뛰어넘는 고율 관세로 상대국의 보복관세와 글로벌 공급망 교란을 부르고 미국 기업들도 실적 둔화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의 투매를 불렀다. 달러 가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일 대비 1.67% 하락한 102.07을 기록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유로화와 엔화 등 다른 기축통화로 안전자산 수요가 몰린 탓이다.
4일 국내 증시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보다는 미국의 관세 조치에 더 예민하게 반응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1.28포인트(0.86%) 하락한 2465.42에 장을 마감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가 각각 6.37%, 2.6% 빠지는 등 반도체주 급락이 증시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월가에서는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고 세계 경제도 침체 국면에 진입할 위험이 커졌다는 경고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브루스 카스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세계 경제가 침체할 확률이 40%에서 60%로 높아졌다”며 “트럼프 관세는 1968년 이후 가계와 기업에 대한 최대 규모의 세금 인상”이라고 지적했다. 바클레이스는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0.1% 역성장하고 인플레이션은 3.7%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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