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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과 국민연금의 환 헤지 [양석준의 마켓인사이드]

양석준 자본시장연구원 초빙위원

전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

‘최후의 보루 외화자산이 미래다’의 저자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 선을 위협 당하고 있다. 2018년 6월말 이후 유지되던 수준이 언제 깨질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과거 세계 주요평가기관들이 우리나라 대외 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로서 주로 주목했던 터라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좀 달라졌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채무국에서 채권국으로 변화할수록 외환보유액의 절대 크기의 의미는 퇴색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순대외금융‘자산’ 1조 달러 국가가 되었다. 2014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순대외금융‘부채’ 상태였다. 그때와 지금의 외환보유액 의미가 서로 같을 수는 없다. 필자는 순대외금융자산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전에 설명한 적이 있어 다시 반복하지는 않겠다. (★2024년 6월 29일자 참조. 환율이 올라도 전보다 두렵지 않은 이유[양석준의 마켓인사이드])

대신에 이와 더불어 최근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는 것이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에 주로 기인하는 것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먼저 그것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해외투자자산은 2024년 말 전체 자산의 절반을 훌쩍 넘는 690조 원 상당이었다. 그중 10%까지 전략적으로 환 헤지를 할 수 있도록 하였으니 대략 외화로 480억 달러 수준이다. 즉, 전략적으로 환율이 특정수준을 상회하면 환 헤지를 시작하고 정해진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중단될 것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실행될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략적 환 헤지 포지션은 세 가지 형태로 만들어진다. 첫째는 이미 보유중인 외화자산에 대해 선물환 매도포지션을 생성시키는 것이다. 둘째는 신규 투자를 위해 외환을 매입하는 동시에 선물환 매도포지션을 함께 생성시키는 것이다. 셋째는 기존 선물환 매도포지션 만기 도래시 결제 목적으로 외환을 매입하는 동시에 새로운 선물환 매도포지션을 생성시키는 것이다.

첫 번째 형태는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서 외국환은행과 선물환 매도거래를 하는 것이므로 환율하락과 스와프레이트 하락을 야기한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형태는 한국은행과 외환스왑거래를 할 수 있으므로 환율이나 스와프레이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바로 이것 때문에 외환보유액이 감소되는 것이다. 한국은행과는 650억 달러까지 외환스왑거래가 가능하다.

외환스왑거래의 특성상 만기에 선물환부분의 결제가 이루어지면 외환보유액은 회복된다. 그러나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은 환율이 하향 안정될 때까지 스왑계약을 연장(롤오버)할 가능성이 커서 외환보유액은 회복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국민연금으로 인한 외환보유액 감소는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세 가지 관점에서 주장하고자 한다.



첫째 외환보유액 감소분은 다름 아닌 공적기관인 국민연금의 자산으로 전환된 것이라는 점이다. 1조 달러가 넘는 순대외금융자산의 테두리 내에서 외환보유액의 일부가 빠져나와 공적투자자산으로 재분류가 이루어진 것일 뿐이다. 굳이 외환보유액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할 만큼 외환보유액 한 푼이 아쉬운 상황도 아니다. 오히려 필자는 이제는 외환보유액을 좀 줄여서 미래세대를 위한 장기 고수익·고위험의 대체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24년 11월 30일자 참조. 도전, 외환보유액에 대한 인식의 전환 [양석준의 마켓인사이드])

둘째 현 시점에서는 오히려 외환보유액을 가급적 많이 국민연금으로 옮겨 놓을 필요도 있다. 세계 9위의 외환보유액 축적은 트럼프에게 대미무역흑자를 위한 원화약세의 결과물로 오해를 사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국민연금과 같이 안전한 곳에 외환스왑거래 방식으로 외환보유액을 원하는 기간만큼 맡겨 놓았다가 ‘때’가 되면 다시 외환보유액을 회복시킬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셋째 필자는 외환보유액을 다시 회복시킬 ‘때’가 찾아 올 수 있고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 헤지를 충분히 해 놓으면 그 ‘때’에 낮은 환율에 그만큼 외환을 매입하여 한국은행에 되갚을 수 있다. 혹시 모를 일이다. 손발이 묶인 외환당국을 대신해서 시장에서 환율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지도.

당장은 극단적 가정이라 할 수 있지만 트럼프가 관세와 군사방위를 무기 삼아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맹국이자 무역상대국에게 달러화 약세를 주문하고 초장기 제로쿠폰 국채 스왑거래를 강요하는 ‘때’가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생각에서이다. 소위 마러라고 합의(Mara-la-go Accord) 시나리오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를 회색오리위험(Grey Swan Risk)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경우 달러·원 환율의 급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무튼 헤지라는 것은 보험과 마찬가지로 평소에는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다. 실제로 일각에서 국민연금 환 헤지로 인해 기회이익이 상실된다고 비난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기업이든 국가든 유비무환(有備無患)을 위한 의사결정은 힘든 것이다. 사고를 미리 알 수는 없기에.

서경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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