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으로 미국의 우방인 한국과 일본, 적국인 중국의 통상장관들이 악수를 나눈 사진에 충격을 받았다는 목소리가 미 의회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 관세 부과로 동맹이 미국에 등을 돌리고 적국과 손을 잡는 데 대한 우려가 미국 내에서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미국 민주당 소속인 브라이언 샤츠 상원의원(하와이)은 4일(현지 시간) 상원 본회의장에서 한중일 통상장관들이 엇갈려 손을 맞잡은 사진을 지목하며 "한국과 중국·일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응하기 위해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자유무역을 논의했는데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샤츠 의원이 언급한 이미지는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3국 경제통상장관회의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이 찍은 사진이었다. 당시 3국 장관들은 이달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한중일 3국의 통상장관 회의는 코로나19 팬데믹 확산 직전인 2019년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이후 약 6년 만에 개최됐다.
샤츠 의원은 안 장관이 중간에 서서 손을 교차해 중국·일본 장관의 손을 잡은 모습까지 직접 재연하며 “한국과 일본이 중국의 고위 관리와 함께 손을 맞잡고 서 있는 모습, 그것도 미국을 상대로 함께 서 있는 장면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이한 전개 속에서 미국은 동맹국들과 적대국들 모두가 서로 협력할 방법을 모색하도록 만들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상대로 세계를 하나로 묶고 있고 미국에 맞서 뭉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버지니아)도 “일본과 한국은 미국의 두 위대한 동맹국인데 친구를 이렇게 대우하는 게 맞느냐”며 관세정책을 직격했다. 케인 의원은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노력하던 친구들이 지금은 적수와 만나 FTA를 논의하고 있다”며 “트럼프 관세는 일본과 한국을 중국의 품으로 몰아넣고 있는데 이건 정말 어리석은 일”이라고 탄식했다.
관세로 인한 국제 질서 재편 움직임에 대한 거부감은 공화당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실제 척 그래슬리 공화당 상원의원(아이오와)은 3일 대통령이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때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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