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늘렸던 실리콘밸리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5일(현지 시간) CNBC는 나스닥이 주간 기준 10% 급락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시장은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계획 발표 이후 연일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7대 빅테크 기업의 시가총액은 관세 발표 이후 이틀 만에 총 1조 8000억 달러 감소했다. 시총 1위 애플 주가는 주간 14% 떨어져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올해 주가가 40% 이상 급락했다. 엔비디아와 메타, 아마존 주가도 모두 주간 두 자릿수 하락을 겪었다. 아마존의 경우 2008년 이후 최장인 9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광범위한 관세 인상이 미국의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공개(IPO) 시장도 냉기가 돌고 있다. 온라인 대출업체 클라르나와 티켓 판매시장 스탑허브는 미 규제당국에 상장을 신청한지 불과 몇 주 만에 시장 불안정을 이유로 IPO를 연기했다. 핀테크 기업 차임도 상장 연기를 검토 중이다. 기업투자 플랫폼 에퀴티젠의 공동 창업지 필 해슬렛은 "IPO에 이보다 더 나쁜 시장과 거시 환경은 없다"며 "불안정성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관세 발표 전인 지난달 28일 뉴욕 증시에 상장한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는 공모가를 당초 주당 47~55달러에서 40달러로 낮추며 공모 규모를 줄였다. 코어위브 투자사인 수로 캐피털의 마크 클라인은 "코어위브는 당초 올해 IPO 행렬의 첫 번째 주자가 될 것으로 기대를 불러모았지만, IPO 행진은 일시적으로 중단된 것 같다"며 "현재 관세 상황으로 이들 기업들은 잠시 서서 그 영향을 평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는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이지만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며 공개적으로 투자를 이어왔다. CNBC는 "아직 실리콘밸리 경영진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는다"면서도 "최근의 혼란이 계속 확산한다면 오랫동안 침묵을 지킬 순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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