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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의료 ‘최후의 보루’인데…이대론 오래 못 버텨” 공공병원장의 호소

■이현석 서울의료원장 인터뷰

코로나19 이어 의정갈등 장기화로 경영난 심화

행려환자 등 의료취약계층 진료 의존도 높아

서울시 긴급 지원 덕에 버텼지만 한계 봉착

이현석 서울의료원장이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공병원 현장의 사명감과 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밤샘 당직을 서고 곧장 외래진료를 봐야 하니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진료를 보다 병동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뛰어 올라가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턱없이 모자란 인원으로 지금까지 버틴 것도 기적이에요.”

4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만난 이현석(66) 서울의료원장은 “누구 하나 몸 사리지 않고 온 힘을 다해줬다”며 동료 의료진과 병원 직원들에게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서울의료원의 전신은 1911년 국내 최초로 감염병 대응을 위해 설립된 공공병원인 순화병원이다. 시립중부병원·시립강남병원·지방공사강남병원 등을 거쳐 현재 명칭으로 불리기까지 100년 넘게 서울시의 의료 안전망을 구축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는 병원 전체 병상을 할애해 확진자를 치료하고 생활치료센터 2곳을 운영하며 감염병 최일선에서 대응했다.

이 원장은 코로나19 일상 회복 원년인 2023년 7월에 부임해 의정 갈등으로 인한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병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한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는 사이 줄어든 일반 환자를 다시 회복하기도 전에 전체 의사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던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갔을 때도 진료 축소는커녕 평일 야간 진료를 연장하며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힘썼다. 이러한 공로로 이 원장은 최근 서울시병원회의 SP자랑스런병원인상 최고경영자(CEO)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의정 갈등 때문일까. 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서울의료원을 비롯해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은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기 위해 일반 진료를 축소하고 병동 환자들을 다른 병원에 전원 보냈는데 ‘감염병 전담병원’ 해제 이후로도 일반 환자들이 돌아오지 않은 탓이다.

이 원장은 부임 직후 감염병 전담병원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실제 서울의료원의 병상 가동률이 2023년 12월 69.4%, 2024년 1월 73.3% 등으로 전국 지방의료원들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그런데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의정 갈등이 시작됐고 2023년을 끝으로 정부에서 지급하던 코로나19 손실보장금마저 끊겼다. 직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차입금으로 근근이 버틴 지 1년 2개월째다.

이 원장은 “이제 정말 끝인가 보다 싶을 때마다 서울시의 긴급 지원으로 숨통이 트였다”면서도 “이대로는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재난 관리 기금 형태로 서울시로부터 230억 원 상당의 지원금을 받았지만 적자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공의를 대신해 병원을 지키던 전문의들에게 과부하가 걸리면서 환자 수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그는 “노후화로 인해 시급하게 교체해야 할 의료 장비와 시설이 수두룩한데 공백 없이 병원을 운영하느라 밀린 차입금 상환 일자가 다가오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조여온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간신히 올려놓은 병상 가동률마저 다시 50%대로 내려왔다”고 토로했다.

공공의료 최전선에 있는 지방의료원마저 무너져서는 안된다는 안타까움은 이 원장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서울의료원은 의료급여 수익 비중이 20.8%로 민간병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공공병원 특성상 일정한 거처가 없는 행려환자 등 의료취약계층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행려환자의 진료 미수금은 34.3%에 달했다. 서울의료원이 무너질 경우 의료 취약 계층을 받아줄 병원이 점점 더 줄어든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 원장은 “연약한 사회 구성원들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나 다름 없는 지방의료원들이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며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필수의료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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