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따른 미국 경기 침체, 전 세계 무역 전쟁 우려에 뉴욕증시 시가총액이 단 이틀 만에 1경 원 가까이 증발했다. 미국인 절반 이상이 관세정책에 반대하고 미 전역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이른바 ‘손 떼(hands off)’ 시위가 벌어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혁명이다. 버텨라”라며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3~4일 뉴욕 증시에서 빠진 시가총액은 6조 6000억 달러(약 9652조 원)에 달했다. 4일 다우지수가 5.50% 급락한 3만 8314.86에 장을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5.97% 내린 5074.0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5.82% 하락한 1만 5587.79에 마감했다. S&P500은 팬데믹 공포가 덮친 2020년 3월 16일(-12%) 이후 5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나스닥은 고점 대비 20% 넘게 내리며 기술적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45.61까지 올라 2020년 4월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중국 정부의 맞불 관세 예고가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은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10일 오후 12시 1분부터 34%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내 정책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저가 매수로) 부자가 되기 좋은 때”라며 강행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금리 인하에는 선을 그으며 시장에 실망감을 줬다. 이날 파월 의장은 “관세의 경제 영향이 예상보다 클 것이다.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를 포함할 것”이라면서도 통화정책 조정을 서두르지 않겠다며 신중론을 드러냈다.
한편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6일 ABC 방송에 출연해 “어젯밤 미국무역대표부(USTR)로부터 50개국 이상이 대통령에게 협상을 요청해왔다고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관세 정책에 대한 일부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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