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맞서 총 260억 유로(약 42조 원) 규모의 보복관세 부과를 다음 주 최종 확정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잇단 관세 공세에 EU가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는 셈이다.
복수의 EU 관계자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7일(현지시간) 보복관세 대상 품목을 확정해 27개 회원국에 제시할 예정이다. 이 안은 9일 회원국 표결을 거쳐 확정되며, EU 전체 인구의 65% 이상을 대표하는 15개국 이상이 반대하지 않으면 그대로 시행된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미국산 상품에 최대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철강·알루미늄 관세로 인한 피해 규모에 비례해 설계됐다. EU는 지난달 12일 1차 보복안을 발표했지만, 협상 여지를 이유로 시행 시점을 여러 차례 변경하며 조율해왔다. 당초 일괄 시행에서 이달 15일과 다음 달 15일 두 단계 시행으로 수정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보복을 경고하자, EU가 초기 강경 전략에서 유연하게 선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EU 보복 명단에 미국산 버번위스키가 포함됐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EU산 주류에 최대 200% 관세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최종 명단에 버번위스키가 포함될지가 핵심 관심사다.
EU는 더 큰 피해가 우려되는 자동차·상호관세 대응 수위도 고심 중이다. 미국은 3일부터 수입차에 25% 관세를 적용했고, 5일부터는 전 국가에 10% 기본 관세, 9일부터는 EU산 전 품목에 상호관세율을 20%로 인상한다.
EU 집행위는 상호관세로 약 2900억 유로(약 470조 원) 규모의 수출품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있다. 철강보다 10배 이상 큰 규모다. 자동차 부문만 670억 유로(약 109조 원)에 달하며대미 수출의 약 70%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일각에선 EU의 다음 타깃이 미국의 디지털·서비스 산업이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하지만 EU의 보복 조치에서 회원국 간 입장 차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역 정책은 집행위 권한이지만 역내 정치적 합의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강경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해결 전까지 대미 투자를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독일 경제장관도 “EU는 세계와 함께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협상을 통한 해결을 선호하며 강경 대응에 신중한 입장이다.
EU는 7일 룩셈부르크에서 무역장관회의를 열고 대미 관세 대응에 대한 공동 입장을 조율한다. EU 당국자는 “협상 의지를 보이면서도, 결렬 시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함께 전달하는 것이 이번 회의의 목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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