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자마자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줄줄이 대권 도전 의사를 표명하면서 조기 대선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번 주 중 5월 말부터 6월 3일 사이 하루를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져 2% 선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데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 불안 속에 내수 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까지 겹쳐 수출까지 위기를 맞고 있어서 ‘잃어버린 30년’의 일본처럼 저성장이 고착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이익 우선주의’는 전통적 동맹 관계도 흔들고 있어서 한반도의 안보 불안도 심화되고 있다.
이번 대선은 나라를 정상화하고 복합 위기를 극복해 경제를 재도약시키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여야 정당과 대선 주자들은 무한 정쟁을 멈추고 정치를 복원해 국론 분열 증폭을 막으면서 국민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표심을 사기 위한 인기 영합성 포퓰리즘 경쟁으로 재정 건전성을 흔드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1인당 25만 원의 민생회복소비쿠폰 지급’에 대해 57%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의 대선주자들은 그 대신에 ‘민간 주도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구조 개혁과 규제 혁파, 초격차 기술 개발 등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경쟁을 펼쳐야 한다. 그래야 신성장 동력을 점화해 저성장에서 벗어나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체제를 만들 수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중국의 팽창주의 노골화 등에 대비해 압도적인 자주 국방력을 갖추고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데에도 초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한편 우원식 국회의장은 6일 “이번 대선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이번 대선에 당장 헌법을 개정하지 못하더라도 대선주자들이 ‘제왕적 대통령과 행정부·국회 충돌’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개헌과 정치 개혁 방안을 내놓고 토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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