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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미국 해방의 날과 한국의 선택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쇠고기 수입제한·투자 확대 등

美측 요구사항 조속히 해결하고

협상대표단 위상 강화 힘합쳐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역사적인 ‘미국 해방의 날’이라면서 발표한 상호관세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뉴욕 증시는 발표 직후 이틀간(3~4일) 10% 이상 떨어져 시가총액 6조 6000억 달러(약 9600조 원)가 사라졌다. 역설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받은 국가들보다 미국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해방이 아니라 쇠락의 길로 들어선 듯한 공포를 느끼는 국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히 골프를 즐기는 모습을 보이는 트럼프의 속내는 어떨까.

타고난 승부사 기질을 지닌 트럼프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면서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과감한 ‘거래(deal)’의 포문을 거칠게 열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면 관세를 낮춰주고 반발하면 보복관세를 더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상호관세를 통해 프레임 자체를 미국이 압도적 힘의 우위를 가지는 쌍무적(bilateral) 구도로 바꾸고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한 상대국 간 경쟁을 유발하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만들었다. 그러나 중국도 34%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본격적인 관세 전쟁이 시작됐다. 어느 쪽이 이 치킨게임의 승자가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경제 규모가 미국의 65% 수준인 중국이 미국의 뜻대로 움직일 가능성은 없다.



경제 규모가 세계 3·4위인 독일과 일본이 모두 미국의 15%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양자 협상은 미국이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을 배제한 경제와 안보 협력이 가시화될 경우 ‘미국 일극체제’는 막을 내릴 수 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심화돼 미국 내부 반발로 정책 추진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 목적이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 해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높은 관세 부과를 통해 미국에 대한 해외 기업의 직접투자를 유도하고 관세 수입으로 연방정부 재정 상당 부분을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2024년 미국 국가부채 규모가 35조 4600억 달러(약 5경 1680조 원)였고 연방정부 순이자 지출이 8817억 달러(약 1280조 원)로 국방비보다 많았다. 트럼프 경제팀의 핵심 목표는 무역과 금융을 연계해 미국 경제구조를 재편하는 데 있다. 석유 생산량을 하루 300만 배럴로 늘려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고 금융 규제 완화로 미국 국채 수요를 늘려 달러 강세와 고금리를 완화하겠다는 점도 밝히고 있다. 트럼프의 도박이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관세 협상을 통한 절반의 성공은 가능해 보인다.

한국이 직면한 과제는 두 가지다. 첫째는 우리가 자유무역협정(FTA) 체약국임에도 25%라는 높은 상호관세를 부과받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어떤 전략을 택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핵심은 미국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3월 말 발표한 ‘2025년 국별 무역장벽보고서’에서 지적한 대로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을 포함한 21건의 비관세 조치가 일차적 검토 대상이다. 보호 실익이 적고 과학적 보호 근거가 없는 것은 과감하게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 조선업,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등 미국이 요청한 협력 사업에 대한 대응 방안과 더불어 미국이 가장 원하는 미국 내 투자 확대 등에 대해 복안을 마련해야 한다. 투자 확대의 경우 기업들의 의견이 중요하기 때문에 민간기업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수적이다.

둘째는 우리 측 협상대표단의 위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통령 탄핵으로 리더십 부재에 따른 혼란이 지속되면서 트럼프 취임 전후 미국 신정부와의 소통이 사실상 차단됐다. 대통령 파면으로 두 달 뒤 조기 대선이 치러질 예정이지만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의 골든타임은 두 달이 안될 것으로 보인다. 골든타임을 보낸 후 고착화된 상호관세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정치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국회가 조속히 현재 대표단에 힘을 실어주는 성명을 발표하거나 여야가 합의해 현장을 아는 민간기업인 출신을 특임통상대사로 추천해 협상 전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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