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상호관세 부과에 중국이 34%의 보복관세로 맞서면서 글로벌 경제 침체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미중 관세 전쟁 격화가 ‘R(경기 침체)의 공포’를 증폭시킬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4일 뉴욕증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쳤던 2020년 3월 16일 이후 최악의 상황을 기록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5.50%, 나스닥 지수는 5.82% 급락했다. 3~4일 이틀간 뉴욕증시에서 약 6조 6000억 달러(약 9652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미국은 한국 등 무역 경쟁국을 상대로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고 관세 폭격을 가하고 있다. 5일 10%의 기본 관세가 발효됐고 9일부터는 한국에 25%의 상호관세가 적용된다. 반도체·의약품에도 품목별 관세가 곧 부과될 예정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미국의 기존 무역협정들을 현대화할 여지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USTR이 한미 FTA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규제의 투명성, 미국 농산물의 시장 접근성 강화 등을 현대화로 언급해 사실상 한국의 비관세 무역장벽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관세 전쟁발(發) ‘R의 공포’는 우리 실물경제로 확산되고 있다. 관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중소기업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고 은행들은 기업 대출 부실 관리에 들어갔다. 계엄·탄핵 정국으로 인해 정책 동력을 잃었다고 해도 정부가 조기 대선만 바라보며 손을 놓고 있을 여유는 없다. 정부는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에 치밀하게 대응하면서 기업이 초격차 기술 개발과 시장 다변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세제·예산·금융 등의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 등으로 경제팀을 흔드는 것을 멈추고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노조는 이른바 ‘춘투’를 정치·이념 투쟁 수단으로 활용하려 하지 말고 기업의 생존과 일자리 지키기를 위해 사측과 협력해야 한다. 관세 전쟁에 따른 경제 위기 파고를 넘기 위해 민관정과 노사가 ‘원팀’으로 든든한 방파제를 쌓고 경쟁력을 높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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