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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송현] 中 서해 구조물, 결기있게 대응해야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최근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무단으로 철골 구조물을 설치해 우리 주권 침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 의도와 노림수를 당장 알 수는 없지만 중국의 남중국해 실효 지배 사례를 통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남중국해 남쪽 스프래틀리 군도에 미스치프라는 암초가 있다. 썰물 때만 수면 위로 보이는 간조 노출지로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있다. 주변에 어족 자원이 풍부하고 날씨가 나쁘면 필리핀 어부들의 피난처 역할을 하던 말발굽 모양의 아름다운 산호초였다. 하지만 지금은 스프래틀리 군도에 중국이 구축한 7개 인공섬 중에서도 가장 큰 군사기지가 됐다.

미스치프 장악은 20여 년에 걸쳐 진행됐다. 1994년 말 필리핀이 태풍 기간 주변 해역순찰을 소홀히 한 틈을 타 몰래 소형 구조물 3동을 설치하고 병력을 상주시켰다. 필리핀 정부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조업을 나갔던 어부의 신고로 1995년 2월 초가 돼서야 인지했다. 필리핀의 항의에 당시 첸치천 중국 외교부장은 기상악화 시 어부들의 피난을 위해 중국 어업 당국이 설치한 민간 시설이고 결코 군사 용도가 아니라고 했다.



1998년 10월 말 두 번째 확장이 이뤄졌다. 기존 구조물에 더해 300m 항만시설, 3층 규모 병영, 헬리콥터 이착륙장, 통신시설 등을 설치했다. 관덩밍 주필리핀 중국대사는 기존 시설 보수 작업에 불과하고 새로 추가한 시설도 군사용은 아니라고 했다. 당시 왕이 외교부 부부장은 ‘신뢰 구축’ 조치로 중국 ‘어업시설’의 공동사용을 협의하자고까지 했다. 이를 믿지 못한 필리핀은 1999년 인근 해역의 모래톱인 세컨드 토머스 숄에 일부러 폐군함을 좌초시켜 감시초소로 만들었다. 세 번째 확장은 2013년 말부터 대형 준설기를 동원한 대대적인 인공섬 건설이었다. 이후 미스치프는 2.7㎞ 활주로, 각종 미사일 방공시설, 주변 해역 감시용 센서·레이더, 대형 함정용 항만 등을 갖춘 군사기지로 탈바꿈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행동 패턴 몇 가지가 드러난다. 처음엔 순수 민간 구조물이라고 주장했으나 사실이 아니었고 나중에 군사시설로 확장했다. 또 최초 설치 후 확장했으면 했지 스스로 철거하거나 구조물의 존재 자체를 협상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또 항상 ‘대화하며 장악하기(talk and take)’ 전략을 구사했다. 대화로 해결책을 모색하자며 협상을 이어가면서도 동시에 구조물의 규모를 키워 더 이상 되돌리기 힘든 기정사실로 수용하도록 강요했다. 또 국제법을 일방적·자의적으로 해석해 유리하게 활용하고 불리한 상황이 되면 국제법 자체를 무시했다. 나중에는 인공섬을 근거로 새로운 법적 권리를 주장했다. 결국 구조물이 국제법적으로 합법인지 아닌지는 처음부터 중요하지 않았다.

미스치프는 중국 하이난섬에서 1110㎞나 떨어져 있다. 필리핀은 처음엔 ‘설마’하는 생각에 안일했고 나중엔 알아차리고도 물리칠 힘이 없었다. 서해는 남중국해와 여러모로 다르다. 하지만 중국의 의도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우리 앞바다다. 처음부터 단호한 결기로 대응하지 않고 주춤거리거나 뒷걸음치면 다시 올라오기 어려운 ‘미끄러운 비탈길’이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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