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이집트는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이했다. 1961년 영사 관계 수립 이후 1995년 대사급 외교 관계를 수립하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비동맹외교의 맹주이자 아랍 세계의 리더였던 이집트와의 외교 관계 수립이 늦어진 것은 이집트와 북한 간의 특수관계 때문이었다. 북한은 1973년 4차 중동전쟁 당시 이집트와 군사협력을 하기도 했다. 우리와의 수교는 김일성 사망 다음 해인 1995년에야 이뤄졌다. 북한의 아프리카·중동 외교의 거점국이었던 이집트와의 수교는 우리 외교의 큰 성과였다.
지난 30년간 한국과 이집트의 관계는 괄목할 만한 발전을 했다. 양국 교역액은 수교 당시보다 5배 이상 증가해 2022년 30억 달러를 돌파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집트에 공장을 세우고 TV·휴대폰 등을 중동·아프리카·유럽으로 수출하고 있다. 또 우리 기업이 2000만 명 카이로 시민의 발인 전동차를 공급하고 있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기술대학 협력사업을 통해 이집트 산학협력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집트인들의 한국어 학습과 한국 문화에 대한 열정은 놀라울 정도다.
인구 1억 명의 대국으로서 높은 잠재력을 지닌 이집트와의 협력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2016년과 2022년 정상 상호 방문 등을 통해 구축한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발판 삼아 양국 관계는 더욱 발전해나갈 것이다.
이집트 경제는 최근 위기를 겪었으나 지난해 3월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외환시장이 빠르게 안정됐다. 한때 연 40%를 상회하던 물가상승률도 10% 초반 수준으로 완화됐다. 이를 배경으로 중국, 유럽연합(EU) 등 기업의 이집트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KOTRA 카이로무역관에 이집트 투자를 문의하는 우리 기업의 수도 눈에 띌 정도로 많아졌다.
이집트는 수에즈운하를 가진 물류의 요충지로서 10개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EU 등 100여 개 국가에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다. 싱가포르 면적의 3분의 2 수준에 달하는 부지에 6개의 항만과 4개 산업지구를 갖춘 수에즈운하경제특구를 구축하는 등 해외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베트남의 3분의 1 수준으로 값싼 양질의 노동력, 1억 명의 내수시장과 20억 명의 배후 시장 등을 적극 활용한다면 동남아에 이은 우리 기업의 새로운 생산 수출 기지가 될 것이다.
정치 분야에서 양국 관계의 발전도 중요하다. 이집트에는 22개 아랍 국가가 속해 있는 아랍연맹 본부가 있다. 가자 휴전 협상을 중재하며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최근 카이로에서 아랍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해 이집트가 마련한 가자 재건 계획에 대한 역내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집트는 특히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 확대에 좋은 동반자가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세계는 2차 대전 이후 최대의 국제질서 재편 과정을 목도하고 있다.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다.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리더인 이집트와의 관계 발전은 새로운 세계 질서 재편 속에서 우리 외교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주이집트대사관은 수교 30주년을 맞아 정치·경제·문화 영역에 걸친 다양한 수교 기념행사와 고위급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할 발판이 마련될 수 있도록 우리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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