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포드 챔피언십에서 평균 300야드 이상을 날린 선수가 2명이나 나왔다. 평균 303야드를 친 윤이나와 302야드의 베일리 타디(미국)다. 특히 윤이나는 4라운드 중 3라운드를 빼고 평균 300야드 이상을 세 번이나 찍었다. 1라운드에서는 304야드를 보냈고 2라운드에서는 307야드를 기록했다. 3라운드에서 297야드로 300야드 아래로 내려왔지만 최종일 경기에서는 다시 307야드를 보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평균 거리’가 된 ‘평균 300야드’가 LPGA 투어에서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드라이브 평균 거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평균 ‘300야드 클럽’ 선수가 나오는 것도 그리 멀지 만은 않은 듯하다.
그동안 LPGA 투어에서 평균 290야드를 찍은 선수는 2명 나왔다. 2021년 아네 판 담(네덜란드)이 290.82야드를 보내 처음으로 290야드를 찍었고 작년에는 나타크리타 웡타위랍(태국)이 290.61야드로 장타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 거리는 드라이버 뿐 아니라 우드나 아이언으로 친 티샷까지 포함한 평균일 뿐이고 여자 골퍼 중에서도 드라이버 티샷으로 300야드를 보낼 수 있는 장타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네 판 담은 대표적인 LPGA 장타자다. 유러피언 레이디스 투어(LET)도 병행하고 있는 아네 판 담은 LET 투어에서는 2017년부터 작년까지 두 차례를 빼고 모두 장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에는 무려 평균 297.69야드를 보내고 장타 1위에 올랐는데, 평균 300야드까지는 겨우 2.31야드가 모자랐다.
LPGA 2부 투어 기록이기는 하지만 엡손 투어에서는 드라이브 거리 평균 300야드 이상을 보낸 주인공이 이미 나왔다. 2023년 302.79야드를 치고 엡손 투어 장타 1위에 오른 사라 화이트(미국)가 주인공이다. 2021년부터 3년 연속 엡손 투어 장타 1위에 올랐던 화이트는 2023년 300야드를 처음 찍었다.
KLPGA 투어에서는 아직 평균 270야드 이상을 보낸 선수도 나오지 않고 있다. 역대 최장타로 드라이브 거리 1위에 오른 주인공은 ‘2013년 김세영’으로 그해 평균 266.94야드를 보냈다. 물론 KLPGA 투어 선수들이 LPGA 투어로 옮기면 그 다음 해 곧바로 평균 10야드 이상 늘어나는 것을 보면 두 투어 간 티샷 거리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구르는 거리를 좌우하는 페어웨이 경도 등 코스 조건 차이에 따른 것이다. 대략 그 거리는 15야드 정도로 추론할 수 있다. 이 수치는 한국 여자골퍼들이 LPGA 루키가 된 해의 비거리와 그 바로 전년도 KLPGA 비거리를 비교해 나온 값이다. 현재 KLPGA 투어에서도 300야드를 칠 수 있는 ‘장타 능력자’가 분명 있는 것이다.
KLPGA 투어 통계 중에는 모든 티샷 중 280야드 이상을 날린 확률 순위가 있는데, 지난 해 280야드 이상 보낸 확률 ‘빅3’는 방신실(11.61%), 이동은(11.55%), 윤이나(11.40%) 순이었다. 아주 근소한 차이로 순위가 갈렸다. 280야드 이상 티샷 횟수도 방신실 133회, 이동은 134회 그리고 윤이나 126회로 비슷했다. 280야드 이상 중에는 300야드 넘게 날린 티샷도 포함됐다.
지금 LPGA 투어로 무대를 옮긴 KLPGA 투어 출신 선수 중에는 윤이나 뿐 아니라 김아림도 300야드를 칠 수 있는 능력자라고 할 수 있다.
올 시즌 개막전인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아림은 “어떤 코스도 장타자에게 불리한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할 정도로 장타에 진심인 선수다. 2021년 LPGA 신인이 된 김아림은 그해 276.76야드를 보내 장타 5위에 올랐다. 이 비거리는 역대 LPGA 투어 한국여자 골퍼 최장타 기록이다. 작년 드라이브 거리 9위(274.18야드)에 올랐던 김아림은 장타 ‘톱10’ 선수 중 유일하게 챔피언에 오르며 대한민국 최고 장타자의 자존심을 지켰다.
1998년 박세리가 LPGA 투어에 진출한 이후 지난해까지 27년간 LPGA 투어 장타 랭킹 10위 안에 든 한국여자골퍼는 모두 8명이다. 이들 장타자 8명은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LPGA 챔피언에 등극했다. 올해는 KLPGA 대표 장타자 중 한 명인 윤이나가 ‘300야드 장타’를 무기로 LPGA 투어 우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리고 내년에도 그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방신실과 황유민이 출격 대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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