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총 54%로 끌어 올리자 중국 당국이 대대적인 위안화 평가 절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늘어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고율 관세의 효과를 줄이기 위해 자국의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겠다는 전략이지만 자국의 대규모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어 중국 당국이 당장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진단도 나온다.
7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심화하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위안화 가치를 공격적으로 평가절하할 가능성이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웰스파고는 위안화의 가치가 2개월 간 최대 15%에 하락할 시나리오를 제시했고, 제프리스도 최대 30%의 위안화 절하폭을 예상했다. 다소 보수적인 견해를 가진 미즈호증권은 약 3%의 수준의 위안화의 조정을 전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강한 위안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예상보다 강한 ‘관세 폭탄’을 던지자 중국 당국도 보다 과감하게 위안화 평가 절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들이다. 블룸버그는 “위안화가 약해지면 중국 상품이 더 저렴해져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영향 일부를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34%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고 중국의 총 관세율을 54%가 됐다. 중국은 그간 미국의 관세 정책에 ‘단호한 대응’을 예고해왔다. 웰스파고는 “중국은 보복 차원에서 미국에 강경 대응할 수 있다”며 환율 조정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중국 당국의 셈법은 더 복잡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위안화 가치가 크게 떨어질 경우 대규모 자본유출이 불가피해지기 전망이다. 환 손실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중국 시장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환율 조정은 논쟁적인 선택지”라면서 “2015년 위안화 절하 위안화 자산이 급락하고 세계 금융시장 전반에 불안을 확산한 당시의 부작용을 중국 당국도 잘 알고 있다”고 짚었다.
한편 중국 당국은 환율 안정을 시사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중앙은행은 예상보다 강한 환율을 고수하며 위안화를 방어했다”며 “호주 달러 등 수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위안화는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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