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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마진콜 압박 직면…MMF엔 '반세기 만에' 최대 뭉칫돈 [트럼프 관세 쇼크]

■글로벌 금융시장 '패닉'

WTI 4.2%↓ 4년만에 60弗 붕괴

개인투자자, 금까지 팔아 현금확보

연기금은 사모펀드 주식 처분 나서

월가 "2008년 금융위기 재연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공포’가 덮치고 있다. 미 증시가 연일 급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유·금·구리 등 주요 상품 시장에서도 매도세가 점차 확산하며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주요 자산 값이 크게 떨어지자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추가 증거금이 요구되는 이른바 ‘마진콜’ 압박에 직면했으며 연기금 등 대형 기관투자가들은 보유한 펀드 등을 싼값에 팔아서라도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는 기업들이 늘어나자 시장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7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석유·구리·금 등 주요 원자재 시장에서의 매도세가 확연해지는 모습이다. 실제 이날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배럴당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최대 4.21% 하락한 59.38달러에 거래됐다. WTI 가격이 60달러 선이 무너진 것은 2021년 이후 처음이다. 경기 진단의 바로미터라고 불리는 구리 가격 역시 이날 1%대 하락세를 보였다.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이날 아시아 시장 개장 이후 약 -1.5%의 낙폭을 기록하다 소폭 가격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9% 하락한 바 있다. 미 증시 급락에 대비하기 위해 ‘안전자산’ 금까지 팔아치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자산 가격이 폭락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글로벌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이대로 가면 트럼프 관세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투자자들이 대규모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산 가격이 빠지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월가 주요 은행들은 헤지펀드들에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고 있다. 레버리지를 이용해 투자한 자산 값이 크게 떨어지자 추가 담보를 요구한 것이다. 이번 마진콜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을 경험했던 2020년 이후 최대 규모로 추정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월가의 은행 및 트레이더들은 이번 시장 충격이 2007~2008년 이어진 세계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했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연기금이나 대학기금들이 바이아웃 펀드를 비롯한 주요 사모펀드 처분에 나서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바이아웃 펀드는 기업의 지배지분을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높여 재매각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올해 초만 해도 기관투자가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시장이 활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며 차입까지 감행해 펀드에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트럼프 관세 쇼크로 시장에 공포 심리가 확산하자 기관들은 자산가치보다 낮은 가격이라도 빨리 펀드를 처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요 사모펀드 운용사로 불리는 블랙스톤·칼라일그룹·KKR 등이 3~4일 이틀간 주가가 15~20%씩 주저앉은 이유다.

미국의 개인투자자들도 시장에서 한발 빼는 대신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WSJ)에 따르면 4월 들어 미국 머니마켓펀드(MMF) 시장에는 약 600억 달러가 유입됐다. 이에 MMF의 총자산은 7조 4000억 달러로 1972년 이후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MMF는 만기가 짧은 어음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하는데 통상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될 때 자금 유입이 늘어난다.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현 시장을 비관적으로 진단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개인투자자협회에 따르면 3월 개인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비중은 약 18.3%로 2월(17.4%)보다 늘었다. WSJ은 “무역전쟁 확대로 주가가 폭락했지만 많은 투자자들은 싼 가격에 주식을 사들이는 대신 현금을 손에 쥐고 있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정이 심각해지자 월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에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억만장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거론하며 ‘경제적 핵겨울’이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방과 적국을 가리지 않고 불균형적인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전 세계를 상대로 경제 전쟁을 벌이는 현재 방식은 무역 동반자이자 자본 투자시장으로서 미국의 신뢰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을 목격하려고 트럼프에게 투표한 것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에 즉시 90일간의 휴지기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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