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과 GC녹십자(006280)가 공동개발한 유전자재조합 탄저 백신 ‘배리트락스’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세계 최초 유전자재조합 방식의 탄저 백신이다. 그동안 전량 수입하던 탄저백신을 개발 착수 28년 만에 국산화에 성공해 ‘백신주권’ 확립에도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
식약처는 8일 ㈜녹십자가 신청한 ‘배리트락스주(흡착탄저백신(유전자재조합))’를 허가했다. 이 백신은 탄저균으로 인한 감염을 예방하는 항체가 인체에서 생성되도록 유도하기 위해 세균의 구성 성분 중 방어항원 단백질을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제조했다. 방어항원은 탄저균이 인체에 감염됐을 때 생성되는 독소 중 하나로 탄저병 예방을 위한 면역원으로 작용한다.
탄저병은 법정 제1급 감염병으로, 증상에 따라 피부 탄저, 위장관 탄저, 흡입 탄저로 나뉜다. 치료받지 못했을 때 치명률은 각각 20%, 25∼60%, 97%씩이다. 2000년 8월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된 이후 아직 국내에서 발생이 보고되지는 않았다.
배리트락스는 질병관리청이 주관하고 녹십자가 협력한 민관 공동개발 작품이다. 질병청은 1997년부터 후보물질 발굴을 시작으로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이어 녹십자와 함께 백신 공정개발 및 임상시험 등을 수행했다. 장기간 개발을 거쳐 녹십자는 2023년 10월 식약처에 배리트락스의 국내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식약처는 전담심사팀을 꾸려 안전성·효과성 및 품질을 집중심사한 결과 최종 허가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 대상 임상시험에서는 백신 접종 그룹에서 탄저균의 독소를 무력화할 수 있는 항체가 유의미하게 생성됐다. 급성·중증 이상 사례는 없었으며 경미한 이상 반응은 백신 접종군과 위약 접종군 간에 큰 차이가 없어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됐다. 임상 3상은 탄저균이 사람에게 감염되면 치명률이 매우 높은 특성상 동물실험으로 대체했다. 그 결과 독소 중화 항체가 유지되고, 탄저균 포자 공격에 대해서도 높은 생존률을 확인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감염병 대응을 넘어 글로벌 보건 안보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가 위기 상황에 대비해 탄저백신의 생산·비축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물테러감염병 예방 등 국가 위기상황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탄저백신 자급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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