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은 사람 싸움이자 연구개발(R&D) 싸움이에요. 아직 더 써야 되요. 시가총액이 20조 원 될 때까지 매년 수천억 원씩 R&D 비용을 투입할 겁니다.”
김용주(사진) 리가켐바이오(141080)사이언스 대표는 8일 대전 둔곡동 본사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올해 전임상을 거쳐 내년에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할 파이프라인이 보수적으로 5개, 많게는 9개”라며 “20년 가까이 해온 것처럼 (R&D 비용 마련을 위해) 계속 기술 이전을 해야하고 돈이 들어오는대로 R&D에 재투입할 계획”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외부(자금) 수혈 없이 R&D를 하고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며 “시총 20조 원 정도 규모가 되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리가켐바이오는 R&D를 독하게 하기로 유명한 회사다. 대전 본사 로비에는 김 대표의 경영 철학인 ‘오직 신약개발 만이 살 길이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세계지도 시계가 걸려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임직원 181명 가운데 박사 57명을 포함해 R&D 인력이 152명에 달한다. 회사 전체 인력의 85%가 R&D 인력인 셈이다. 신약개발 분야로만 보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대 규모다.
리가켐바이오는 중장기 사업 전략인 ‘비전2030’의 조기 달성을 통해 매년 3~5개의 파이프라인을 IND 신청해 2030년까지 5개를 상 업화 단계로 진입시키는 것이 목표다. 김 대표는 “신약 개발은 끝이 없는 싸움”이라며 “우리는 좋은 ADC 플랫폼, 좋은 치료제로서의 파이프라인, 전임상 단계지만 병용요법으로 쓸 수 있는 좋은 후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만큼 R&D의 속도를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리가켐바이오가 오리온(271560)에 지분 25.73%를 4698 억원에 매각한 전략적 제휴도 비전2030 조기 달성을 위한 행보다. 김 대표는 “돈으로 시간을 샀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오리온과의 전략적 제휴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치열한 신약개발 경쟁을 위한 시간 싸움이 중요한 만큼 대주주 자리를 넘기고 받은 돈으로 R&D 속도를 앞당길 시간을 샀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지속적인 기술 이전에 더해 오리온 자금이 들어오면서 추가 펀딩 없이 R&D가 가능한 구조가 됐다”며 “앞으로 5~6년 동안은 지금보다 R&D 자금을 더 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해만 1134억 원을 R&D에 투입했다. 올해도 공격적인 R&D를 위해 지난해 보다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다수의 임상 파이프라인을 더 빨리 만들어 치고 나가자는 전략”이라며 “2030년이면 상용화된 파이프라인이 3~4개는 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가켐바이오는 ADC 플랫폼 ‘콘쥬올’과 ‘LCB14’, ‘LCB84’ 등 다양한 ADC 파이프라인 외에도 새로운 먹거리로 차세대 면역항암제인 ‘LCB39’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LCB39는 선천성 면역세포 활성화 작용제다. 세포 투과성은 낮추고 암조직 내 침투성과 노출기간은 늘려 효능과 안전성을 모두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리가켐바이오의 미래를 미국의 빅(Big)바이오텍인 길리어드 사이언스, 리제네론이 먼저 간 길에서 찾고 있다. 그는 “(적자가 계속 나도 이들처럼 적어도) 20년은 R&D를 하면서 버텨야 한다”며 “결국은 누가 더 집중해서 기술을 개발하느냐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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