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패권을 두고 다툼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지적한 미국의 저명한 학자가 미중 간 충돌이 불가피한 것은 아니라고 제언했다. 양국이 높은 상호의존도를 의식하면 충돌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그레이엄 앨리슨 미 하버드대 교수는 이달 6일 하버드대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높지만(likely) 그렇다고 피할 수 없는 것 아니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미중이 보복에 보복을 반복하며 두 강대국 간 관세 전쟁이 격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 “두 나라가 경제와 금융, 기후 등 중요한 분야에서 상호 의존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전쟁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냉전 시대 핵 전략인 상호확증파괴(MAD) 개념을 인용했다. 핵 선제 타격은 적국의 핵 사용으로 돌아와 결국 공멸에 이를 수 있으므로 핵보유국이 서로 핵 전쟁을 피한다는 것이 MAD 이론이다. 앨리슨 교수는 “MAD 이론은 오늘날 미중 관계에도 여전히 적용된다”며 “두 강대국 간의 충돌은 핵 전쟁을 넘어선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미국과 중국이 경쟁을 선택한다면 “역사상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앨리슨 교수는 2017년 출간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패권국과 도전국은 필연적으로 상호 전쟁으로 귀결된다는 ‘투키디데스 함정’ 개념을 소개하며 유명해졌다. 고대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패권을 놓고 벌인 전쟁인 펠로폰네소스를 기록한 역사가 투키디데스에서 명칭을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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