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단체가 포함된 시민단체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군사기밀을 넘긴 혐의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문재인 정부 당시 안보 라인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사드 반대 단체들은 사전에 군사작전 정보를 알고 치밀하게 반대 집회를 준비해 작전을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김태훈 부장검사)는 정 전 실장과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 행사 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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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결과 정 전 실장은 2020년 5월 군사 2급 기밀인 유도탄 등 장비 교체 정보를 국방부 지역협력반장에게 사드 반대 단체에 알려주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 전 차장은 국방부 차관으로 있던 2018년 4월께 국방부 지역협력반장에게 사드 공사 자재 등 물자 반입(군사작전) 정보를 사드 반대 단체에 전달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또 국가안보실 1차장 재직 시인 2020~2021년 6회에 걸쳐 사드 장비 반입 내용을 반대 단체에 알려주라고 지시했다. 2018년 4월에는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기지 내 공사 자재 반입 작전명령을 받았지만 장관에게 보고 없이 임의로 작전 중단을 명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드 반대 단체는 물자 반입과 같은 군사작전을 미리 파악하고 전문 시위대를 동원해 트럭과 농기계 등으로 하나뿐인 진입로를 막아서고 공무를 방해했다. 검찰에 따르면 작전일에는 집회 참가 인원이 평소 대비 최대 4배 증가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작전 수행에 동원된 경찰력도 늘어나 공권력이 낭비됐다”고 했다.
정 전 실장 등이 군사기밀을 넘긴 반대 단체 중에는 이적 단체도 있었다. 이들 반대 단체는 6개 시민단체가 통합된 조직인데 이 중 범민련 남측본부,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우리민족연방제통일추진위원회는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적 단체로 인정된 바 있다. 특히 피고인들은 반대 단체들이 ‘주한미군 철수’ 등 타협의 여지가 없는 주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작전 정보를 지속적으로 누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2023년 대한민국수호예역장성단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사드 배치 일정을 시민단체와 중국대사관에 알려준 의혹이 있다며 문재인 정부 당시 안보 라인 인사들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다만 검찰은 정 전 실장이 중국 국방무관에게 사드 관련 정보를 제공한 것은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2016년 사드 배치 협의 단계부터 2020년 노후 장비 교체까지 과정은 정부의 중국을 상대로 한 외교적 조치 사항”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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