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배달 애플리케이션보다 메뉴 가격도 비싸고 배달 시간도 2배 이상 걸리네요.”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A 씨는 최근 ‘서울배달+땡겨요’ 앱을 사용해 음식을 주문했다. 땡겨요의 중개 수수료가 민간 배달 앱보다 저렴한 만큼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A 씨가 선택한 메뉴 가격은 다른 배달 앱보다 1000원 비쌌고 피크타임이 아니었음에도 음식을 받기까지 70분가량 소요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와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소상공인 지원을 목표로 운영 중인 공공 배달 서비스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라이더를 보유 중인 민간 배달 앱과는 달리 배달 대행사를 이용하다 보니 배달 대행비가 비싸 점주들의 부담이 크고 배차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음식이 식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또 배달 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 민간 배달 앱은 본사가 책임을 지는 반면 공공 배달 앱은 고스란히 점주의 책임으로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서울 내 자영업자들 역시 땡겨요 활용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서대문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B 씨는 “스타벅스가 무료 배달인 동네에서 손님한테 배달비를 내게 하는 게 말이 안 된다”면서도 “배달 대행 비용이 너무 비싸다 보니 땡겨요를 통해 들어온 주문 거리가 2㎞만 넘어가도 거절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달 시작한 땡겨요는 ‘상생’이라는 취지만 놓고 보면 매우 의미 있는 사업이다. 자영업자의 가장 큰 부담인 중개 수수료가 2% 이하로 민간 배달 앱(7~11%) 대비 현저히 저렴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앞서 “배달 앱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몇몇 민간 플랫폼 주도의 시장구조로 수수료가 높아지고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부담을 안기고 있다”며 “‘서울배달+땡겨요’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해 상생 배달 문화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배달 플랫폼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땡겨요를 비롯해 공공 배달 앱들이 이용하는 배달 대행 비용이 비싸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배달 대행 비용은 지역과 거리에 따라 다르다. 평균 1㎞까지 기본료는 4400~5400원 수준이며 배달 거리가 2㎞ 이상일 경우 100m당 150원, 3㎞는 100m당 200원이 추가로 부과된다.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들은 땡겨요의 수수료가 저렴하더라도 배달 대행비를 감안하면 수익이 민간 배달 앱과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한다. 이에 일부 자영업자들은 오히려 땡겨요 앱 내 가격을 민간 배달 앱보다 1000~2000원가량 비싸게 올리거나 높은 배달비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자체 라이더를 확보하고 있는 민간 배달 앱과는 달리 실제 기사 배정까지 걸리는 시간을 가늠할 수 없다는 점 역시 문제다. 자영업자 B 씨는 “단가가 3만 원 미만일 경우 배달의민족·쿠팡이츠와 별 차이가 없다”고 했다.
다른 지자체들이 운영하는 공공 배달 앱 상황도 비슷하다. 현재 47개 지자체에서 12개의 공공 배달 앱을 운영하고 있으나 소비자의 인지도가 높지 않아 실제 이용률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전광역시가 2021년 만든 공공 배달 앱 ‘휘파람’은 이용률 저조로 2년 만에 사업을 종료했고 지난해 기준 강원도의 ‘일단시켜’, 부산의 ‘동백통’ ‘어디go’, 충남의 ‘소문난샵’, 세종시의 ‘배슐랭’ 등 13개의 앱이 사라졌다.
서울시는 배달 대행사와 배달비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배달 대행 업체와도 협약을 체결한 만큼 배달 대행비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며 “땡겨요는 서울사랑상품권(5%), 자치구별 배달 전문 상품권(15%)에 이어 가게별 쿠폰 발행 등 중복 할인이 가능해 다른 앱 대비 20~30%가량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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