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AI 분야 경쟁력과 민간 투자 규모가 주요국에 비해 크게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7일 발표한 ‘AI 인덱스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지난해 공개된 AI 모델 가운데 한국산은 1개뿐이었다. 미국과 중국의 AI 모델은 각각 40개, 15개 선정됐다. AI 분야 민간 투자에서 미국과 중국은 각각 1099억 8000만 달러, 92억 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63%, 28% 늘었다. 하지만 한국의 투자는 13억 3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6000만 달러 줄었다. 투자 규모에서도 한국은 9위에서 11위로 떨어졌다.
정보기술(IT) 강국으로 평가받던 한국이 AI 분야에서 후발 주자로 전락한 데는 혁신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 시스템 탓이 크다. 기업들이 AI 등 신산업 발전을 주도하려면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모래주머니’를 없애줘야 하는데 수많은 규제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첨단 기술 개발에 필수인 ‘연구개발(R&D) 인력의 주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8일 소위를 열어 반도체특별법 처리를 논의했지만 주52시간제 예외 조항을 빼고 처리하자는 더불어민주당의 고집에 합의가 불발됐다.
미래 성장의 핵심 동력인 AI 분야 경쟁에서 밀리면 경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없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경영 환경 설문조사’에서 기업들은 ‘경영 환경상 가장 큰 어려움’으로 예측이 힘든 규제 환경(32.8%)과 정치적 불확실성(25.0%)을 1·2위로 꼽았다. AI 경쟁에서 기업들이 생존하려면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정치권의 뒷받침이 절실하다. ‘민간 주도 성장’을 외치는 민주당이 기업 옥죄기 입법을 멈추고 주52시간 근무 예외 적용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통과에 적극 협조해야 할 때다. 기업들은 적극적 투자로 초격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정부와 국회는 과감한 규제 혁파와 세제·예산 등의 전방위 지원으로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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