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반면 중국에 대한 관세율은 기존 104%에서 125%로 올렸습니다. 전선을 전세계에서 중국으로만 좁혀 중국에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율을 유예하는 대신 10%의 관세율은 부과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의 한국에 대한 관세율은 25%가 아닌 10%가 됐습니다. 다만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은 25%로 그대로 유지가 됩니다. 오늘은 이번 조치의 숨은 배경과 전망에 대해 분석해드리겠습니다.
韓 관세, 90일간 25% 아닌 10%로…美재무 “상호관세율이 상한, 10%가 하한”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오후 1시 20분께(미 동부 시각 기준) 트루스소셜에 메시지 하나를 올려 "세계 시장에 중국이 보인 존경심의 부족에 근거해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를 즉시 125%로 인상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희망컨대 머지않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중국이 미국과 다른 나라를 갈취하던 날들은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용납되지도 않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이어 "반대로 75개국 이상이 무역, 무역 장벽, 관세, 환율조작, 비관세 장벽 등의 주제에 대한 해법을 협상하기 위해 미국 대표에게 전화한 사실과 이들 국가는 어떤 방식이나 형식으로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토대로 나는 90일 간의 유예 및 이 기간 10%의 (기본) 상호관세의 상당한 인하를 승인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세계 86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발효한 지 13시간 20분 만의 조치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25%에서 10%가 됐습니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 멕시코, 캐나다(USMCA) 규정을 준수하는 제품에는 25%가 아닌 0%의 관세율이 부과됐는데, 이번 조치로 다시 모든 상품에 10%의 관세가 부과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부가 두려워해 짧은 기간에 뒤집은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또 "중국은 협상을 원한다"라며 "중국인들은 자랑스러운 사람들이고 미국과 협상을 어떻게 할지 결정 중"이라며 협상의 문을 열어뒀습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국가별 상호관세율이 '상한'이고 이번에 일시적으로 적용되는 10%가 '하한'"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지난 7일 CNBC가 백악관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90일의 관세 유예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백악관은 '가짜뉴스'라고 일축했죠. 하지만 이틀 만에 이는 현실이 됐습니다.
트럼프 마음돌린 이유, 美 국채금리 급등?…日이 국채매수 ‘마러라고 합의設'도
트럼프 대통령이 방향을 튼 이유에 대해 모하메드 엘-에리언 케임브리지대 퀸스칼리지 학장은 X에 "미국 행정부가 관세유예를 하게 설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며 "의회, 대통령 자문위원, 재계 리더, 법률 시스템도 아닌 그것은 국채시장이었다. 극심한 가격 변동성과 시장 기능 장애에 대한 기준선에 얼마나 근접하는가 하는 문제"라고 분석했습니다. 9일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전 거래일보다 0.362%포인트나 오른 4.516%까지 올랐죠. 7일에 3.886%에서 이틀 만에 0.6%포인트나 급등한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 0시 1분이 다가오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대량으로 매도했다고 전했습니다. 매도세 급증으로 지난주 금요일 4% 미만이었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4.5%까지 치솟았습니다.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198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전했습니다. WP는 "금리 상승은 결국 소비자와 연방 정부의 차입 비용 증가를 의미한다"고 짚었습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채권 시장은 매우 까다롭다. 지금 채권시장은 아름답다. 하지만 어제밤 사람들이 약간 불안해 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에 따르면 9일 10년 만기 국채 경매에서 중앙은행을 포함한 간접 입찰자들의 입찰 참여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한 시장 참여자는 관세협상의 일환으로 일본이 경매를 통해 미국 채권을 매입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관세 감면의 대가로 채권을 매입하는 것은 스티브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 보고서에서 구상한 ‘마러라고 협정’과 같은 조치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이 조치 이후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경기침체 전망을 철회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습니다. 뉴욕증시도 폭등했습니다. 나스닥은 장중 한 때 10% 넘게 올랐고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지수도 6~7% 상승했습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에릭 위노그래드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한 경제 관점에서는 좋은 일"이라며 "무역 전쟁이 미국과 중국 간의 전쟁으로만 치닫는다면 다른 국가와 세계 경제에 대한 압박이 완화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WTO “미중 상품 교역 80% 감소 가능성”…美재무 “中 주식 상폐 배제 안 해”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세는 이제 125%로 치솟았습니다. 중국은 미국산 상품에 84%의 관세를 부과하고 환율과 미국 국채 투매라는 보복관세, 환율, 국채의 3종 보복세트를 꺼내들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세계무역기구(WTO)는 이날 미중 무역 갈등으로 양국 간 상품 교역이 최대 80%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WTO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무역의 약 3%를 차지하는 양대 경제 대국 간의 보복성 및 맞대응 방식에는 세계 경제전망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광범위한 함의가 있다"며 "글로벌 경제가 두 개의 블록으로 갈라지면 전세계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장기적으로 약 7%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미중 갈등은 관세 이외로도 확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폭스 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미국 증권거래소에서 중국 주식을 상장폐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습니다. 배선트 장관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결정에 달려 있다"며 "양 정상은 매우 좋은 개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이 문제는 최고위급에서 해결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286개, 시가총액은 1조 1000억달러(약 1596조 원)에 달합니다. 베선트 장관은 "무역에서 중국과 동맹을 맺는 미국의 모든 동맹국은 '자신의 목을 베는 것(cutting your own throat)'"이라고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습니다.
韓 대선 이후인 7월까지 상호관세 유예…車·철강 등 품목 관세 유지는 부담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도 일단 최악은 넘겼습니다. 90일 후는 7월 초중순으로, 한국에서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입니다. 60일간의 과도 정부가 미국과 협상을 하는 것이 맞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었는데 시간을 벌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10%의 관세율이 새롭게 부과가 됐고 철강, 알루미늄 및 관련 상품, 자동차 등 품목별 25% 관세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통상 자동차, 철강 등의 마진율은 5%로, 가격 인상 없이 25%나 되는 관세율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다만 자동차의 경우 미국에서 활동하는 자동차 회사들의 사정이 대부분 비슷해 현재 딜러샵에 있는 재고가 소진되는 한 두달 후면 동시에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보이며 그 때, 트럼프 대통령도 자동차값 급등에 따른 여론 악화를 우려해 구제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이 외에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곧 발표한다고 했고 반도체에 대한 관세도 시간 문제로 보입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