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탄핵) 선고로 6월 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국민의힘 주자들 사이에서 윤 전 대통령의 지지를 내세우는 이른바 ‘尹心 마케팅'이 이어지고 있다. 탄핵에도 여전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당내 지지를 나타내는 모습으로 평가된다. 이번 대선의 핵심 승부처로 지목되는 중도층 공략에는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21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난 9일 TV조선 뉴스9에 출연해 “이번에 장관직을 그만두면서 저를 임명해 주신 대통령께 전화드려서 사퇴하게 됐다고 말씀을 드렸다”면서 “출마에 대해서는 전혀 말씀이 없었고 ‘잘 해보라 고생 많았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도 ‘대통령께서 너무 고생 많으셨다’ 정도의 말씀을 나눴다”고 덧붙였다.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에 대해서는 “항소할 수 없기 때문에 승복하지 않을 수 없는 판결”이라면서도 “국민이 많은 아쉬움과 문제점을 느끼고 있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김 전 장관과 같은 날인 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철우 경북지사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윤석열 대통령님을 어제 저녁 한남동 관저로 찾아 뵙고 나라가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없어서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고 말씀드렸다”고 적었다. 면담에서 윤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는 “이번 선거에서 우리 당이 승리해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며 최선을 다하시겠다면서 저에게도 힘껏 노력해서 대통령에 당선 되기를 바란다는 덕담과 함께 대통령이 되면 사람을 쓸 때 가장 중요시 볼 것은 충성심이라는 것을 명심할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이것은 (윤 전 대통령이) 주변 인사들의 배신에 깊이 상처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발언은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메시지로, 검찰 시절 측근이었다가 관계가 악화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 선고 다음 날인 5일 한남동 관저를 찾은 나경원 의원과 차담을 하면서 "나라를 위해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 의원의 대선 출마를 권유하고 지원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언급이다. 나 의원은 이날 11일 대선 출마 선언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이 이날 발표한 대선 후보 선출 일정 및 경선 방식은 결국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당내 여론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차 경선은 '일반국민 여론조사 100%' 방식, 2차 경선은 '선거인단(당원) 투표 50%·일반국민 여론조사 50%'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2차 경선에서 과반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당헌·당규에 따라 '당원 투표 50%·일반국민 여론조사 50%' 비율로 1·2위 득표자 간 최종 경선이 진행되며 모든 경선 여론조사에는 '역선택 방지 장치'가 적용된다. 일반국민 여론조사 100%의 완전국민경선(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의 후보 선출을 주장했던 유 전 의원은 이날 KBS'전격시사'에 출연해 2차 경선 및 역선택 방지 장치에 대해 “사실 당심(당내 지지율) 100%하고 거의 비슷한 것”이라며 “당심이 민심과 굉장히 이렇게 분리되고 다를 때가 있는데 지금이 특히 그럴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왜 이렇게 쉽게 이재명한테 정권을 헌납하고 갖다 바치려고 그러느냐”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의 연이은 대선 관련 언급에 대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개입을 하면 국민의힘은 더 망할 거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번 선거는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된 계엄 선포로 인해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아주 소수의 결속된 지지층을 가지고는 정권을 잡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의 유력 후보로 꼽히는 김 전 장관에 대해서는 “처음에 생각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여론조사에서 자기 지지도가 높으니까 그걸 믿고서 지금 나오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한다”며 “내가 보기에 김문수 장관을 후보로 내세워서 국민의힘은 절대로 승리를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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