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표결 과정에서 일반 정족수를 적용한 데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헌법재판소가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이나 심판 등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을 경우 심리하지 않고 심판을 끝내는 것이다.
헌재는 10일 국민의힘 의원 108명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재판관 6(각하) 대 2(인용)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우 의장은 지난해 12월 27일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표결을 실시한 후 총 투표수 192표 가운데 찬성 192표로 가결됐다고 선포했다. 또 소추의결서 등본을 한 권한대행에게 송달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국민 대표권 및 탄핵소추안 관련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며 같은 날 무효 확인을 구하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우 의장이 당시 충분히 논의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200석의 대통령 기준 의결정족수가 아닌 151석의 재적의원 과반 정족수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반발해 불참했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 탄핵안의 의결정족수는 재적의원 3분의2(200석), 국무총리 등 일반 공직자는 재적의원 과반수(151석)이다.
헌재는 “확립된 해석이 없는 상황에서 우 의장이 일정한 의견 수렴을 거쳐 ‘일반 의결정족수(151석)’를 적용한 것을 두고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흠이 있다거나 청구인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본회의 표결 과정에 자유롭게 참여할 기회가 보장되었음에도 이를 반대해 투표하지 아니한 이상, 만에 하나 피청구인이 의결정족수를 잘못 판단해 적용함으로써 그에 따라 가결 선포가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청구인들의 이 사건 탄핵소추안에 대한 심의·표결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스스로 표결에 불참해 권한 침해를 주장할 수 없다는 취지다. 헌재는 지난달 24일 한 대행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 우 의장이 국무총리 기준인 151석을 적용한 것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다만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가 청구인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생각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표결 과정에서 의결정족수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충분한 의견 제출, 질의·토론의 기회를 보장하고, 이를 통해 갈등과 분쟁을 최소화할 방법을 모색해야 할 헌법상 책무가 국회의장에게 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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