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과거 2400원을 횡령한 버스 기사를 해고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결을 한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함 후보자가 재판장이던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민사1부는 2017년 1월 버스 기사 이모(당시 52세) 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버스회사의 절대적 수입원인 승차요금의 횡령은 아무리 소액일지라도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사유”라고 판단했다.
이씨는 2014년 1월 승객 4명으로부터 수령한 승차요금 4만6400원 중 2400원을 회사에 납부하지 않았다. 이씨는 성인 승객 4명에게서 1만1600원씩의 요금을 받았지만, 운행일지에는 학생요금 1만1000원씩 받은 것으로 기록했다. 이에 회사는 이씨가 승객 4명에게 600원씩, 총 2400원을 착복했다며 2014년 4월 해고했다.
이씨는 해고가 지나치게 무겁고 부당한 처사라며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다. 1심은 이씨의 행위가 횡령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도 횡령 금액이 미미하며 이씨가 버스 기사로 근무한 17년 동안 다른 사유로 징계를 받은 적이 없었다는 점 등을 종합해 해고 처분은 지나친 양형이라며 이씨의 손을 들었다.
그러나 함 후보자가 재판장이었던 2심 재판부는 해고가 타당하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이씨)가 승차요금 2400원을 피고(버스회사)에게 입금하지 않은 것은 착오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원고의 고의에 의한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으로 봄이 상당(타당)하다”며 “단체협약 등에서 해고 사유로 정하고 있는 ‘운송수입금의 착복’에 해당한다고 보이므로 해고와 관련해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1심 재판부는 회사가 비슷한 시기 3회에 걸쳐 횡령을 저지른 다른 기사에게는 정직을 처분하는 등 징계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도 지적했으나, 2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정직 처분을 받은 다른 운전기사는 잘못을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한 반면 이씨는 1인 시위를 하는 등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며 이씨에 대한 징계가 과하지 않다고 봤다.
이어 “횡령한 요금이 2400원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버스 운전기사로서 요금을 관리하는 이상 기본적으로 그 횡령액이 소액일 수밖에 없고, 소액의 버스 요금을 주된 수입원으로 하는 피고로서는 소액의 운송수입금 횡령도 사소한 위반행위로 간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해당 판결은 이달 8일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께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후임 재판관 후보자로 함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다시 언급됐다.
논란이 이어지자 함 후보자 측은 “잦은 횡령으로 운영이 어려웠던 회사가 근로자 측과의 단체협약을 통해 액수의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횡령을 해고 사유로 하기로 합의했고, 노동조합장조차도 증인 신문 과정에서 소액의 횡령이라도 해고 사유가 맞다고 인정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재판부도 고심 끝에 판결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가 판결 전 회사 측에 원고를 복직시킬 것을 권고하는 조정안을 제시했음에도 오히려 원고가 이의를 했고, 당시 법원 외에서 회사를 비난하는 등 신뢰관계가 돌이킬 수 없이 파탄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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