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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수뇌부 제거 ‘벙커버스터’ 폭탄 종류는…수십m 지하요새 파괴[이현호의 밀리터리!톡]

첫 벙커버스터 GBU-28, 지하벙커 파괴

286㎏ 고성능 폭약, 콘크리트 6m 뚫어

GPS·INS 결합 GBU-37, 악천후도 사용

GBU-57, 무게 14t·콘크리트 60m 관통

미 공군이 페이스북에 올린 GBU-57 MOP. 연합뉴스




폭격기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폭탄을 투하했던 제2차 세계대전은 항공기의 지상공격이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실감하게 했다. 폭격의 공포에 시달리던 세계 각국 정부·군 지도자들은 지하 수십m 지점에 콘크리트 벙커를 만들어 은신했다. 일반적인 폭탄으로는 파괴할 수 없는 지하벙커는 세계 최고의 공군력을 지닌 미국도 해결하기 힘든 난제였다.

당장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장 치열했던 이오지마 전투를 그린 영화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2006)에서는 미국 전함과 폭격기들이 일본군 지하 터널에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지만 터널에 숨어있는 일본군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오히려 지하 벙커에 숨어있던 일본군 2만여 명의 격렬한 저항을 받으면서, 미 해병대는 한 달여 동안 2만 800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미군은 이오지마처럼 지하 깊숙한 곳에 설치된 적 군사시설이나 튼튼한 요새를 파괴하려면 고(高)위력의 초대형폭탄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지만, 냉전 시대 전술핵무기에 치중하면서 이 같은 폭탄 개발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1991년 걸프전 때 이라크군은 사담 후세인 대통령 전쟁 지휘소를 비롯한 핵심 군사시설들을 지하에 건설해 다국적군은 압도적인 공군력에도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않았고, 다급해진 미 공군은 육군의 8인치 곡사포 포신을 활용해 지하시설 파괴용 폭탄을 만들어 이라크군 지휘시설을 성공적으로 공습하는 작전을 수행했다. 이 때 지하벙커를 파괴하고자 개발된 폭탄이 바로 ‘벙커버스터’(Bunker buster)라 불리는 ‘GBU-28’이다.

미 육군에서 쓰던 8인치 야포의 포신을 활용해 2주 만에 ‘BLU-113’ 벙커버스터 폭탄을 만들었다. 이후 GBU-28로 이름이 바뀐 286㎏의 고성능 폭약에 레이저 유도 장치를 추가, 파괴력과 정확도를 높인 2.1t짜리 벙커버스터로 탄생했다. 탄두가 지상에서 곧바로 터지지 않고 지하 30.5m(콘크리트 6m)를 뚫고 들어가 폭발하도록 설계됐다. 1991년 2월 말 바그다드 외곽의 공군기지에 위치한 이라크군 지휘시설 공격에 처음 사용됐다.

미 공군 전투기에서 투하된 벙커 파괴용 폭탄이 지상에 설치된 콘크리트 벙커를 뚫고 들어가 폭발하고 있다. 사진 제공=미 공군


우리 군도 2010~2014년 국방중기계획에 따라 GBU-28을 도입했다. 2014년 1월 방위사업청은 우리 군에 벙커버스터 150기를 실전배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F-15K 전투기에 장착해 유사시 북한의 핵시설과 동굴속 장사정포, 지하군사시설 등을 격파할 계획이다. GBU-28 폭탄의 제원은 길이 3.8m, 지름 36.8㎝, 무게 2250㎏에 이른다. 최대 사거리는 24㎞다.

레이저유도장치와 고성능 폭약을 활용해 적 지하시설을 파괴하는 방식이다. 전투기가 지하 시설이 위치한 장소를 적외선 레이저로 비추면 레이저가 전투기로 반사된다. 전투기 조종사는 반사된 빛을 이용해 GBU-28을 목표 지점으로 유도한다. 폭탄이 땅에 닿으면 지상에서 바로 터지지 않고 지하까지 뚫고 들어가 폭발한다.

다만 날씨가 좋지 않으면 명중률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미국은 이런 GBU-28의 단점을 위성항법장치(GPS)와 관성항법장치(INS)를 결합해 보완한 ‘GBU-37’을 1997년 개발했다. 날씨 변화에 따라 사용에 제약이 있는 GBU-28과 달리 악천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B-2 폭격기에 장착되고 최대 사거리는 10㎞다.

2001년 아프간전쟁 당시 미군은 탈레반과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카에다가 만든 지하 요새를 공격하기 위해 수도 카불과 칸다하르 등지에 벙커버스터를 투하했다. 2003년 이라크전 때는 GBU-37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해 바그다드에서 개전 후 가장 강력한 폭발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3년 이라크전쟁에서 미 공군의 공습에도 이라크군 지하시설 중 일부가 살아남으면서 새로운 폭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 결과 2010년 개발된 무기가 ‘GBU-57’이다. 미군이 보유한 재래식 폭탄 최강자라는 GBU-57 ‘MOP’(Massive Ordnance Penetrator)는 무게 14t, 길이 5.2m라는 어마어마한 덩치를 이용해 지하 100m(콘크리트는 60m)를 뚫고 들어가 폭발하는 가공할 위력을 지녔다.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B-2 스텔스 폭격기가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제공=미 태평양사령부


GBU-57은 스텔스 폭격기 B-2에만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략폭격기 B-52H나 B-1B로 공습하려면 적 방공망을 사전에 제압해야 하므로 기습 효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성능을 갖춘 B-2는 적 지하시설 인근까지 안전하게 침투해 투하할 수 있어 기습 작전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B-2에 GBU-57을 탑재해 북한으로 침투시킨다면 표적이 된 북한 지하 군사시설은 사전 징후를 알아차리기 전에 파괴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최근 미 공군이 3대의 B-2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북한을 겨냥하는 차원에서 GBU-57도 괌에 함께 배치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이 대북 군사옵션을 발동하면 괌 앤더슨 공군기지나 미국 본토 주둔 B-2에 GBU-57을 탑재해 북한 지도부가 은신한 지하벙커를 타격해 적 전쟁지휘능력을 마비시키는 참수작전을 감행할 것으로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이유다.

동굴파괴용이 아니라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벙커버스터급 폭탄도 있다. 2017년 4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낭가르하르주 동굴지대에 처음으로 실전 투하한 초대형 폭탄 ‘GBU-43/B 모아브(MOAB·공중폭발대형폭탄)’다. 동굴 깊은 곳에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은신처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했다. 전술핵 못지않은 위력의 GBU-43은 ‘폭탄의 어머니’로 불리는데, 당시까지 비핵폭탄 중 가장 강력했다. 폭발 반경 1.6㎞, 흔적 없이 사라지는 반경만 300~500m다.

암모늄 질산염이 공기와 결합해 폭발하면서 반경 550m를 무산소 상태로 만들어 초토화시킨다. 폭발 때 발생하는 열 압력이 지하 60m 터널과 건물을 모두 붕괴시킨다. 약 2만 2000파운드(10t) 무게에 길이가 6m에 달하는 GBU-43/B는 1만 8700 파운드 폭발력을 지녔다. 미군의 GBU-57보단 작지만 GBU-43/B가 탄두와 폭발력이 더 커 가장 강력한 재래식 무기로 손꼽힌다.

참고로 러시아는 ‘폭탄의 어머니’에 대항하기 위해 지난 2007년 초대형 재래식 폭탄 ATBIP를 만들었다. 미국 GBU-43의 4배에 달하는 폭발력 때문에 ‘폭탄의 아버지’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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