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사퇴한 다음 날인 10일 “위대한 대한민국의 훌륭한 도구가 되겠다”면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사회 분열의 근본적 원인은 ‘경제 양극화’라고 지적한 뒤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넘어 ‘잘사니즘(모두 함께 잘사는 세상)’으로 나아가자고 했다. 이어 경제 성장을 목표로 제시한 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실용주의와 신속성을 거론하며 “민간 영역만으로는 경제가 제대로 유지·발전되기 어렵다”면서 정부의 대규모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 단위의 인력 양성, 대대적인 기술·연구개발(R&D) 투자, 스타트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등으로 다시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이날 성장과 잘사니즘 등을 다시 꺼낸 것은 경제·민생을 챙기는 지도자 이미지를 드러내 ‘대세론’을 확산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하지만 1월 신년 기자회견 당시 ‘민간 주도 성장’을 강조했다가 이번에 ‘정부 주도 성장’으로 입장을 전환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 전 대표는 신년 회견에서 “기업의 성장 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며 “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에서 ‘민간 주도 정부 지원’의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번에 “과학기술 수준이 너무 높아져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정부의 투자를 강조했지만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진짜 이유는 정부의 과도한 간섭과 규제에 있다.
이제는 정부와 정치권은 규제 혁파와 세제·예산 등의 전방위 지원으로 전략산업을 뒷받침하고 기업들이 적극 투자와 기술 개발로 성장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침체된 경제를 다시 살리는 방법은 경영을 옥죄는 규제들을 혁파하고 민간 주도 성장으로 경제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다. 노동·연금·교육 등의 구조 개혁 없이 ‘50조 원 첨단산업 국민펀드 조성’ 등 반(反)시장적 인기 영합 정책과 정부 주도의 투자를 남발했다가는 외려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는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 기업들이 다시 국내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도록 노동 개혁과 규제 혁파에 속도를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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