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베르사체를 12억 5000만 유로(약1조 8000억 원)에 인수한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프라다는 전날 베르사체의 모회사인 미국 카프리홀딩스와 베르사체 지분 100%를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주력 브랜드인 프라다와 미우미우를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펼쳐온 프라다 그룹으로서는 10년 만의 대형 인수합병(M&A)이다. 인수 절차는 올해 하반기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1978년 설립된 베르사체는 의류부터 액세서리, 향수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베르사체 인수가 완료되면 프라다 그룹의 매출은 단순 합산 기준으로 약 1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 최대 명품 그룹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에 맞서는 규모로 럭셔리 시장의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프라다의 안드레아 게라 최고경영자(CEO)는 "베르사체의 잠재력은 크며, 우리는 새로운 장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베르사체의 고객층과 브랜드 정체성이 프라다나 미우미우와는 다르다고 설명하며, 현재 베르사체의 실적은 부진하지만 미우미우를 성장시킨 경영 노하우를 적용해 성장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베르사체 인수가 프라다의 전략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라다는 1990년대 대형 그룹화를 목표로 미국 헬무트랭, 이탈리아 펜디 등 여러 브랜드를 인수했으나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부채 부담 증가로 경영난에 빠진 바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인수했던 대부분의 브랜드를 매각한 이후에는 프라다와 미우미우, 영국 처치 등 핵심 브랜드에 집중하는 전략을 유지해왔다.
한편 2018년 베르사체를 약 21억 5000만 달러(3조1306억 원)에 인수했던 카프리 홀딩스는 손실을 보고 베르사체를 팔게 됐다. 카프리 홀딩스는 베르사체와 지미추를 매각한 뒤 마이클 코어스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카프리 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의 56억 달러(8조2000억 원)에 비해 소폭 감소한 52억 달러(7조 6000억 원)로 베르사체의 매출은 이 중 약 20%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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