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145%까지 끌어올린 가운데 미국 내 유통업자와 소비자들의 고통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쓰고 나왔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모자도 '메이드인 차이나'라는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은 이미 값싼 중국산 수입품에 중독됐다"는 일침도 나왔다.
10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약 70% 이상이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제조 인프라와 낮은 비용 때문인데, 관세 정책의 실질적 피해가 미국 내 유통업자와 중소 판매자,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마존은 미국 내 온라인 소매 시장 점유율이 40% 이상에 달하는 미국 최대 유통 플랫폼이다. 등록된 셀러 대부분은 미국인으로 중국에서 제조한 제품을 수입해서 파는 경우가 많다. 장난감 제조사 '베이직 펀'의 제이 포어먼 최고경영자(CEO)는 "장난감 제조는 30년 이상 중국에서 이뤄졌다"며 "중국은 거대한 노동력 뿐 아니라 장난감 제조 공급망 인프라에 투자해왔다"고 설명했다. 차(茶)를 비롯한 일부 생산품은 기후 문제로 미국 내 재배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소 셀러가 대부분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것처럼 제조 공장을 미국으로 당장 옮기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프리마스텔라 브랜드의 더스티 케니는 "미국에서 제조하면 비용이 2~3배 증가할 것"이라며 "미국 내 제조를 하고 싶지만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중국 셀러들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가격을 유지하고 관세를 감수할 생각이지만 이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사업을 접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쑤 그린 윌로우 텍스타일의 라이언 자오 이사는 오는 6월부터 미국 소비자들이 일부 제품을 구매할 수 없거나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제품이 중국 항구에서 운송돼 미국 슈퍼마켓 매대에 도착하는 데는 2~4개월이 걸린다"며 "미국 소비자들에게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세자릿수 관세가 사실상 '금수조치(禁輸措置)'에 가깝다는 해석도 나왔다. CNBC의 짐 크레이머는 "대부분 기업은 (그렇게 높은) 가격 인상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값싼 중국산 수입품에 중독돼 있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엄청난 혼란과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며 "중국 없이도 살 수 있겠지만, 미국은 실업률이 높고 중국 외 다른 나라에 의존하는 등 훨씬 더 비싼 나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쓰고 나온 'MAGA' 모자 역시 중국에서 제조된 것이라는 의혹도 등장했다. 스페인의 아트레스미디어는 10일 MEGA 모자의 안쪽을 드러내 보이며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써진 태그를 공개했다. SCMP는 지난해 '트럼프 굿즈'의 대부분이 중국 저장성 동부의 이우(義烏)시에서 생산된다며 MAGA 모자 역시 1만 개 이상 팔려나간 인기 제품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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