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백악관에서 주재한 각료회의에서 “미국과 가까운 조선 실적이 우수한 나라에서 최첨단 선박을 구매할 수 있다”며 의회에 대한 선박 구매자금 요청을 시사했다. 이 자리에서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해 중국은 1700건의 선박 건조를 수주했으나 미국은 5건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고 보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중국의 ‘해양 굴기’ 저지를 위해 ‘미국 조선업 재건’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조선업 재건 의지를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이달 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조선업 협력을 거론한 데 이어 조현동 주미대사도 10일 이언 베닛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해양산업역량국 선임보좌관을 만나 조선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은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위한 유력한 협업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57.2%를 수주하는 등 글로벌 조선 경쟁력 선두로 평가받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35년까지 미국에서 발주가 예상되는 LNG선은 426척에 달하고, 세계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은 2029년 2927억 달러(약 425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우리 조선사들은 70년 넘게 일본 업체들이 도맡아온 미 해군 주력인 7함대 MRO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통상 압력이 거세지는 현실에서 우리는 조선업 등 산업 협력을 지렛대로 삼아 양국이 ‘윈윈’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알래스카 LNG 투자 프로젝트와 원전 등 에너지 협력을 병행하는 것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미국의 고율 관세와 주한미군 주둔비 대폭 인상 요구 등 경제·안보 공세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고 성장 동력을 키울 수 있다. 조선 업계는 매출액 대비 비중이 1%를 밑도는 연구개발(R&D) 투자를 크게 늘려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세제·예산 등 전방위 지원으로 K조선의 경쟁력 제고를 뒷받침하고, 정치권은 첨단 조선 R&D 인력에도 주52시간 근무 예외를 인정해달라는 기업들의 호소를 경청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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