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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도 3년차에 ‘데스밸리’ …긴 호흡 필요”

◆송근석 농정원 귀농귀촌종합센터장

연간 2만여명 교육…예비 농부 산실

정착하기 앞서 농촌 체험살이부터

귀농·귀촌자 평균 30·18개월 준비

준비기간과 귀농만족도·소득 비례

하반기 농가 빈집 거래플랫폼 구축

송근석 귀농귀촌종합센터장이 도시인의 예비 농부 준비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권욱 기자




“도시인이 농촌으로 옮겨간다는 것은 단순한 이사가 아닙니다. 농업을 기반으로 자립하는 삶을 꾸려가는 것이죠. 전원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덜컥 옮겼다가는 실패할 수 있어요. 단단히 각오하고 큰 결심을 해야 하죠. 가족 상의는 필수입니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귀농귀촌종합센터를 총괄하는 송근석(54) 센터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귀농·귀촌에 대해 “영화 ‘리틀포레스트’처럼 아름답고 쉼표가 있는 삶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철저한 사전 준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상보다 1~2년 늦는다고 조바심을 내지 말고 그만큼 더 준비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센터는 예비 귀농·귀촌자를 대상으로 대면·비대면 상담과 각종 정보 제공, 농촌 살아보기 등 다양한 교육과 체험형 실습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연간 3만여 명이 상담을 받고 이 중 2만여 명이 교육 프로그램(평균 200시간)에 참여한다. 명실상부한 ‘예비 농부 산실’이다. 연간 귀농 인구가 1만 530명(2023년 기준)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센터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인 농정원 본부는 세종시에 위치하지만 센터는 귀농 수요가 많은 수도권의 특성을 고려해 서울 양재동 aT센터에 자리잡고 있다. 센터가 2023년 7월부터 가동한 귀농·귀촌 온라인 플랫폼(그린대로)은 전국 100여 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귀농·귀촌 프로그램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호응도가 높다고 한다. 직장인을 위한 휴일반·주말반도 운영한다.

“예비 귀농·귀촌자들은 대개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살고 싶다는 욕구에서 농촌의 삶을 꿈꾸지만 연령별로는 목표나 지향점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은퇴자들은 연금 등의 다른 소득원이 있어 여가 활용 또는 자가 소비형 영농에 가깝지만 청년 귀농은 생업·생계형입니다. 농촌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목표 의식부터 뚜렷하죠. 연령별 교육 참가 비율을 보면 청년이 절반으로 가장 높습니다.”

송근석 농정원 귀촌귀농종합센터장은 귀농·귀촌에 앞서 체험형 실습 프로그램을 이수할 것을 추천했다. 권욱 기자




송 센터장은 “귀농·귀촌을 염두에 둔다면 다양한 교육부터 받는 것이 첫걸음”이라며 사전 준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최소 3년은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지난해 실시한 귀농·귀촌 실태 조사에 따르면 귀농 준비 기간이 평균 30.1개월, 귀촌의 경우 17.9개월로 파악됐다. 그는 “농촌에 안착한 분들은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교육·체험 프로그램 참여 시간이 귀농 이후 소득과 만족도에 비례한다는 유의미한 통계가 있다”고 소개했다.

송 센터장은 나 홀로 귀농 준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조언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프로그램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보를 탐색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려요. 어느 곳에서 살지, 어떤 작물을 재배할지 결정할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그래서 입문자 교육 과정을 마치면 농촌 현장에서 살아보면서 몸으로 익히는 체험형 실습 프로그램을 추천해요. 이런 실습 장소를 제공하는 농촌 마을이 전국 80여 개 정도 있어요. ‘살아보기’ 참여자 10명 중 2명이 실제 정착으로 연결돼요. 월 10만~30만 원의 임대료만 내면 1년 단위로 계속 살 수 있는 ‘귀농의 집’ 프로그램은 초기 정착자로부터 호응도가 높습니다.”

송 센터장은 귀농 초기부터 농지와 주택 구입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큰돈이 드는데다 발품을 팔면 빌려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하반기에 농촌 빈집 거래 정보망이 구축되면 정착지 마련이 한결 손쉬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을 창업하면 흔히 3년 차에 ‘데스밸리’를 넘어야 한다고 하잖아요. 귀농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첫해부터 상품성 있는 수확을 기대하기는 무리예요. 과수원은 식재 2~3년은 지나야 과실을 수확할 수 있고요. 농부가 되는 길은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최소 3년 고생할 각오해야죠. 몇 년 버틸 자금도 필요합니다. 정부·지자체가 귀농 3년 차까지 영농정착 자금으로 월 100만 원을 지원하는 연유도 여기에 있지요.”

고향이 대전인 송 센터장은 “귀농·귀촌은 가치관이나 취향이 맞다면 해볼 만한 도전”이라며 “귀농까지는 아니더라도 귀촌은 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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