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 세계는 기후변화와 한정 자원인 화석원료로부터의 탈피, 친환경 제조, 바이오 기반 유용물질 확보, 공급망 안정 확보 등 심화되는 글로벌 도전 과제들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도전 과제를 지속 가능하게 해결하는 데 있어 바이오기술은 혁신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를 가속화하기 위한 각 국가별 전략적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도 필자가 수년간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바이오경제 이니셔티브’를 가동하고 있는데 위원으로 참여하는 최고의 전문가들과 함께 바이오경제 발전을 위한 전략 수립뿐 아니라 그 결과물을 다보스포럼과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세션 운영을 통해 전 세계 리더들과 토론하고 공유해 오고 있다.
바이오경제를 이끄는 핵심인 바이오제조의 발전은 이제까지 한정 자원과 환경에 해로운 공정에 의존했던 제품들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해 준다. 예를 들어 바이오플라스틱과 바이오연료의 생산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화석원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준다. 그러나 석유화학 제품에서 바이오 기반 화학제품으로의 전환은 기술 혁신뿐 아니라 이러한 전환이 실제 소비자 수준에서 수용되도록 장려하고 촉진하는 지원 정책을 필요로 한다.
실제 바이오제조로 만든 대부분의 범용 화학제품들은 석유화학 산업에서 만들어진 것보다 비싸다. 따라서 바이오제조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자금을 촉진하는 정책, 세금 인센티브 제공, 바이오제조 제품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시장 수용성을 높이는 좋은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와 같이 기술 발전이 빠른 분야에서 규제의 민첩성은 필수적이다. 간소화된 규제는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동안 mRNA 백신의 긴급 승인과 같은 생명을 구하는 혁신을 가져왔다. 주지하듯 이 백신들은 기록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개발됐으며 이는 혁신적인 바이오기술 개발과 신속 간소화된 규제 환경 설정으로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바이오제조에 필요한 핵심 기술 중 하나는 합성생물학이다. 합성생물학은 생물체의 전체 혹은 일부를 재설계해 유용물질을 효과적으로 생산하게 하고, 새로운 기능을 창출하고, 자연에서 찾아볼 수 없는 물질을 생산할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합성생물학은 제약·에너지·농업·화학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필수적인 기술로서 많은 국가들이 전략기술로 육성하고 있다.
2일 합성생물학 육성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됨으로써 우리나라 합성생물학 분야 연구와 산업적 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됐으며 합성생물학 분야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법안은 국무회의 의결과 공포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므로 정부는 시행령과 추진 전략 등을 전문가 의견을 기반으로 잘 수립할 필요가 있다. 2022년 우리나라 합성생물학의 육성을 통해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출범한 산학연 협의체인 한국합성생물학발전협의회는 이제 육성법과 향후 나올 시행령들을 기반으로 산학연의 역량 집중과 산업 활성화를 촉진해야 한다.
운영위원회 및 기술산업, 교육네트워크, 정책제도, 융합 등 4개 분과로 구성돼 있는 한국합성생물학발전협의회는 합성생물학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산업계와의 협업을 강화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역할을 잘 해나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산학연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면서 분과들이 상호 협력하고 긴밀한 연계를 통해 합성생물학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고 접목하도록 해 바이오제조산업의 저변을 확대하고 기술적 발전을 이끌어가는 데 기여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드디어 본격적인 구축에 들어간 바이오파운드리 역시 선진국과 경쟁이 가능한 수준으로 차질없이 구축·운영해 나가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아직 합성생물학의 적용을 주저하고 있던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와 협력을 통해 더 많은 국내 기업들이 다가오는 바이오경제 시대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합성생물학 육성법안의 통과를 계기로 산학연관이 긴밀히 협력하고 기술·산업적 발전을 이뤄 우리나라가 바이오경제 시대를 선도할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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