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2017년 이후 중단됐던 고위급 대화를 성사시키며 핵 협상을 재개했다.
12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 담당 특사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이끄는 양국 대표단은 이날 중재국인 오만 무스카트에서 약 2시간 동안 핵 협상을 벌였다. 처음에는 미국과 이란이 각각 별도 공간에 있으면서 오만 당국자들이 양측을 오가는 간접 대화로 진행되다가 말미에 위트코프 특사와 아라그치 장관이 ‘몇 분 동안’ 직접 대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2017년 9월 이후 끊겼던 양측 간 고위급 대화가 8년 만에 재개됐다.
이날 협상에서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대신 경제제재를 완화해주는 것을 미국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015년 미국과 이란이 맺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토대를 둔 수준이라는 것이 미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양측은 이날 첫 만남을 ‘긍정적’ ‘건설적’이라고 평가하며 이달 19일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란은 2000년대 초부터 우라늄 농축 비밀 시설을 운영하는 등 핵무기를 만들려고 한다는 의혹을 받아왔으며 이에 따른 핵합의 체결로 문제가 해결되는 듯했다. 그러나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란은 이에 맞서 2019년부터 핵 프로그램을 재가동한 데 이어 2021년부터 우라늄 농축도를 준무기급인 60%까지 높이고 비축량도 늘렸다.
올해 1월 20일 출범한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란 핵 문제에 대해 협상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일단은 1기 당시의 “최대 압박” 정책으로 회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번 회담이 실패한다면 중동 정세는 더욱 악화하고 더 큰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으면 이란을 폭격할 수도 있다고 공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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