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13일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정부에 기존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즉각 해체하는 대신 공식 테이블을 따로 마련해 보건의료정책 전반을 재설계하라고 재차 촉구했다. 이날 출범한 대선기획본부는 의협 차원의 대선 공약을 마련해 각 후보들에게 반영을 요구하는 동시에 의정갈등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인 4월 중 해결하기 위해 대응을 예고했다. 다만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전공의와 의대생 대표들이 선배 의사들을 향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며 강경 투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세대 간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의협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대선기획본부 출범식 및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공식 행사 후 진행된 비공개 회의 도중 “선배들이 무엇을 해 줄 수 있느냐”고 되물으며 “선배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전공의·의대생이 논의에 나서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로 예정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앞두고 선배 의사들에게 휴진이나 사직 등 강경 투쟁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선배들이 덮어놓고 돌아가라고만 한다”며 “우리에게 엔드포인트 수정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협상력을 어떻게 올려서 정부를 상대로 부조리한 의료 정책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비대위원장도 “의사가 되더라도 정책적 한계 때문에 원하던 의사 생활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학생들은 학교를 떠난 것”이라며 이에 힘을 실었다.
김성근 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일부는 실력행사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내놨으나 전체적으로 신중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는 “궐기대회 장소가 조금 협소한 것으로 알고 있어서 한 1만 명 정도 오시면 꽉 차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의협은 이날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통해 의개특위 해체와 정부·국회와 공식 협상테이블 마련 등 기존 요구사항을 재차 내세웠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대회사에서 “정부는 하루빨리 의료의 정상화를 위해 논의의 장을 마련해 의료농단 사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전공의·의대생이 현장으로 돌아올 길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잘못된 의료정책 추진의 정당성이 소멸됐다”며 “개악의 즉각 중단과 합리적 의료정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해 의료개혁특위 등에서 추진해 온 의료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의대 정원 증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도 재논의해야 한다고 김 회장은 주장했다.
그는 현 상황에 대해 “국민생명과 직결되는 의료는 처참히 붕괴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진료권 제한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탄핵 인용을 계기로 반드시 의료계의 올바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협은 이 자리에서 공개한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대회 결의문’을 통해서는 그간 제시했던 요구사항을 조금 더 강한 어조로 촉구했다. 이들은 의료개혁특위를 즉각 해체하는 대신 정부와 국회에 의료계의 제안을 논의할 공식 테이블을 조속히 마련해서 보건의료정책 전반을 의협과 함께 재설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실사를 거쳐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평가되는 의대에 대해 입학정원 감원까지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공의·의대생 등에 단행된 업무개시명령을 비롯한 각종 행정명령에 대한 공식 사과도 요구했다.
한편 의협은 이 자리에서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대선기획본부도 출범시켰다. 김택우 회장은 “예정 없이 치러지게 된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선기획본부를 출범했다”고 밝혔다. 의협은 대선기획본부를 통해 대선공약을 마련해 각 후보들에 반영토록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민 본부장은 “정부와는 신뢰와 소통이 기반이 된 거버넌스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반드시 지금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에서 4월 중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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