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첫 공판에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파면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출석 때와 마찬가지로 반듯하게 빗어 넘긴 머리에 짙은 남색 정장을 입었다. 넥타이도 당시와 같은 빨간색이었다. 오전 10시 재판부가 들어서자 윤 전 대통령은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했다.
법정 출석인과 피고인이 같은 사람인지 확인하는 인정 신문에 돌입하자 탄핵 전과 후가 명확히 구분됐다. 재판장은 “생년월일은 1960년 12월 8일, 직업은 전직 대통령. 주소는”이라고 묻자 윤 전 대통령은 “서초 4동 아크로비스타 ○○호”라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11일 관저를 나와 아크로비스타 자택에 머물고 있다. 헌재 탄핵 심판 때만 해도 ‘대통령 윤석열’이었지만 현재는 전직 대통령으로 사는 곳도 관저에서 자택으로 바뀌었다.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느냐는 재판관 질문에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대신해 “원하지 않는다”고 짧게 말했다. 이어 12명의 검사가 총출동한 검찰이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설명하자 눈을 감았다. ‘하자 있는 국무회의 심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옆자리 변호사에게 귓속말을 했다. 검찰이 ‘군 병력의 국회 본회의장 내부 침투 지시’를 설명하자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조용하게 듣던 윤 전 대통령은 본인의 모두 진술에서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윤갑근 변호사의 혐의 부인 취지 발언 이후 곧바로 윤 전 대통령이 이어받아 약 93분간 발언하며 직접 혐의를 반박했다. 출석한 변호인 가운데 유일하게 발언한 건 윤 변호사로 시간도 단 9분에 그쳤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은 변호인의 10배에 이르는 시간을 쓰며 진술을 주도했다. 발언 막바지에는 재판부가 검찰 측과의 형평성을 위해 5분 내 발언을 정리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그는 검찰이 제시한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화면에 띄워 달라고 요청하면서 목소리를 더 높였다. 손동작을 많이 쓰거나 말을 하는 중간에 “에…”라고 하는 습관도 그대로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