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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부채 21조에 'KTX 교체' 임박…적자구조 개선 논의 필요

[이슈 리포트] ◆경영난 가중 코레일

5조 드는 열차 교체시기…지원 못받으면 부채율 400%

14년째 철도값 동결…매출 늘어도 8년 넘게 '영업 적자'

요금 현실화 시급…정부 구조적 개선 없을땐 존립 위기





‘11억 4000만 명’

2004년 4월 1일 개통한 KTX가 올해 4월까지 21년간 실어나른 승객의 숫자다. 세계 다섯 번째 고속철도로 20개 역에서 출발한 KTX는 현재 77개 역을 다니며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KTX뿐만이 아니다. 대도시권 확장, 기후변화 같은 시대 변화로 ‘빠른 대중교통’이 각광 받으며 광역급행철도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등 철도의 중요성과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내 철도 최대 운영 기관인 코레일의 존립은 위태로운 모습이다. 부채가 21조 원이나 쌓여 이자로만 하루에 10~11억 원이 나가는 가운데 8년 넘게 영업적자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약 5조 원이 드는 초기 KTX 교체 시기까지 다가왔다. 정부의 열차 구입 지원이 없으면 현재 265%인 코레일의 부채 비율은 400%까지 오를 판이다. 2011년 이후 14년째 그대로인 KTX 운임을 인상하는 등 코레일의 철도 운영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여러 요인이 겹쳐 코레일의 적자가 굳어진 만큼 다양한 방식의 경영난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KTX 수익 최대 기록해도 영업손실 ‘늪’…하루 이자만 11억

14일 코레일에 따르면 코레일의 부채 비율은 2022년 220%, 2023년 242%, 지난해 265.4%로 증가세다. 2005년 공사 출범 당시 5조 8000억 원이었던 코레일의 누적 부채가 지난해 21조 632억 원으로 급증한 데 따른 영향이다. 누적 부채로 인한 이자 비용도 지난해 413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코레일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수서고속철도(SRT) 개통 이듬해인 2017년 적자 전환한 후 영업 손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영업 손실이 1114억 원으로 전년(-4743억 원) 대비 76.5%나 줄었지만 막대한 금액인 것은 마찬가지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코레일의 매출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레일은 2022년 5조 1428억 원, 2023년 5조 8159억 원, 지난해 6조 528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고속철도 이용객이 처음으로 8000만 명을 넘기면서 KTX 운영 수익은 2조 5483억 원으로 2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다.

◇14년간 동결된 열차 운임이 적자 키워…독일보다 3배 저렴

2014~2016년 한때 1000억 원 이상의 흑자를 내던 코레일이 적자를 면치 못하게 된 것은 14년째 동결된 철도 운임 때문이다. 코레일의 열차표 값은 2011년 12월 2.7% 오른 것이 마지막이었다. 2014년 주중 요금 할인제를 폐지해 실질적으로 가격이 오른 적은 있지만 전면적인 인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사이 소비자 물가는 27%(2011~2024년 누적) 올랐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봐도 KTX 운임이 얼마나 저렴한지 실감할 수 있다. 코레일이 각국의 지난해 고속철도 운임을 물가와 연동해 비교한 결과, KTX(서울-부산)의 ㎞당 요금 지수를 100이라고 했을 때 일본 신칸센(도쿄-신오사카)의 ㎞당 요금은 148, 프랑스 TGV(파리-리옹)는 234, 독일 ICE(프랑크푸르트-뮌헨)은 305에 달했다.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3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이다.

◇코레일, 전기요금 많이 내는 기업 9위…4년간 57% 올라



철도 요금이 2012년에 멈춰있는 사이 다른 비용은 오르면서 코레일의 부담은 가중됐다. 열차 운행에 다량의 전기가 필요한 까닭에 코레일이 내는 전기요금은 국내 기업 중 9위(2023년 기준)다. 특히 2021년 산업용 전기요금제 개편에 따른 타격이 컸다. 코레일이 납부한 전기 요금은 2021년 3687억 원에서 지난해 5796억 원으로 4년 사이 57.2%나 올랐다. 올해는 6400억 원을 전기요금으로 낼 전망이다.

이 밖에도 코레일이 새마을·무궁화호 등 일반 열차와 화물 열차의 적자를 KTX로 메우는 교차 보조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 KTX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국가철도공단에 선로 사용료로 지급해야 한다는 점 등도 구조적 적자를 초래하고 있다. 정부가 코레일의 적자 노선 운영, 즉 공익 서비스 의무(PSO)에 대한 보상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실제 투입 비용 대비 보상 비율은 2023년 기준 77.6%에 불과하다.

◇초기 KTX 교체에도 5조 필요…“부채 더 많아지면 안전은 뒷전”

고착화한 코레일의 적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최근 부쩍 나오는 것은 2004년에 도입된 초기 모델 46대(KTX-1)의 교체 시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고속 열차의 기대 수명은 30년으로 이 열차들은 2033년이면 수명을 다한다. 각종 절차를 감안하면 올해 교체 계획을 수립해야 2034년 전에 새 열차를 들일 수 있다. 오래된 열차일수록 고장도 잦고 에너지 효율도 떨어지기 때문에 KTX 교체는 승객 안전,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KTX-1 교체에 최소 5조 원이 드는데 현 제도 아래에서는 정부가 열차 교체를 지원할 별다른 근거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한국철도공사법·철도산업발전기본법과 관련 규정에 따라 ‘신규 노선’ 개통에 필요한 철도 차량 구입비의 50%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KTX-1 교체는 열차만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지원 대상이 아니다.

결국 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코레일이 자체적으로 비용을 마련해 KTX-1을 바꿔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만약 이렇게 되면 현재 265%인 코레일의 부채 비율은 400%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이진우 카이스트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는 “코레일의 재무 상황이 계속 나빠지면 정작 가장 중요한 철도 안전과 서비스 개선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어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코레일, ‘금기’ 깨고 요금 인상 필요성 공식 제기…정부 설득 필수

21조 원의 누적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노후 KTX 교체라는 과제까지 겹치면서 코레일은 14년간 동결된 열차 운임 인상에 나서고 있다. 철도 요금은 정부가 운임 상한을 지정하면 사업자가 그 범위 안에서 인상률을 정해 정부에 신고하는 체계로 정해진다. 이처럼 결정권이 정부에 있기 때문에 코레일은 그동안 대외적으로 운임 인상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달 한문희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운임 인상 필요성을 공식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코레일은 KTX 인상률 상한 목표치를 17%로 잡아 놓고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를 설득하겠다는 계획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운임 상한이 두 자릿수 퍼센트로 결정된다고 해도 적정 범위 안에서 단계적으로 인상을 하는 만큼 철도 요금이 한 번에 2~3만 원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그동안 5100명 이상의 직원 감축, 자회사 축소(15→5개) 등 경영 효율화 조치도 취한 만큼 요금 인상에도 당위성이 생겼다고 보고 있다.

◇정부 기조·조기 대선은 부담이지만…"바람직한 방향 고민할 시기"

14년 만의 철도 요금 인상은 과연 가능할까. 인플레이션 여파에 민감한 정부가 공공운임 인상 억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 국면이 펼쳐진 것도 변수다. 표심에 민감한 정치인들이 철도요금 인상을 수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코레일의 구조적 적자 개선 방안과 열차 요금 인상 필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요금을 올리되 조기 예매 시 할인 등 변동성 부여, 철도용 전기요금 체계 신설, 법 개정을 통한 정부의 KTX 교체 비용 지원 등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 교수는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철도 서비스 질이 낮아져 결국 국민에게도 손해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코레일의 재무 안전성을 높일지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요금 인상, 적자 노선 개편 등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무엇이 바람직한 방향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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