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세종시가 주택 경매시장 응찰자 수 1위를 달리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종시 집값이 떨어지면서 경매시장에서 외면받았지만 최근 저가 매수 기회라는 점이 부각되고 행정수도 이전 주장이 제기되면서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14일 경공매 데이터 기업 지지옥션 조사에 따르면 세종시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주거시설 경매 평균 응찰자 수에서 3개월 연속 전국 시도 1위에 올랐다. 세종시 평균 응찰자 수는 1월 11.5명에서 2월 6.9명으로 줄었다가 3월에는 11.5명으로 급증했다. 지난달 세종시 주거시설 경매 열기는 전국(5.7명)은 물론 서울(4.7명), 인천(5.9명), 경기(7.6명) 등 수도권보다도 뜨거웠다.
세종시는 지난달 토지 경매에서도 낙찰가율과 평균 응찰자 수 1위를 차지했다. 3월 낙찰가율은 2월(36.6%) 대비 19.0%포인트 상승한 55.6%를 기록했고, 평균 응찰자 수도 같은 기간 1.7명에서 3.0명으로 1.3명 증가했다.
올해 세종시 경매가 주목받는 이유는 아파트 가격이 크게 조정되면서 저가 매수 기회라는 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시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9월 마지막 주부터 이달 첫째 주까지 27주 연속 떨어졌다. 매매시장이 얼어붙자 경매에 나온 아파트·오피스텔이 번번이 유찰됐고, 가격이 낮아진 매물이 다시 경매에 부쳐지자 낙찰되는 상황이다.
응찰자들이 몰리면서 올해 1월 78.6%까지 떨어졌던 세종시 아파트 낙찰가율은 2월 85.1%, 3월 89.0%로 뛰었다. 한 차례 유찰된 세종정부청사 인근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많은 응찰자가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이 상승했다는 평가다. 3월 낙찰된 아파트 가운데 도담동 632 도램마을 13단지 아파트(감정가 4억 800만 원)에는 34명의 응찰자가 참여해 3억 5386만 원에 낙찰됐다.
조기 대선과 맞물려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주장이 제기되는 점도 경매 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요인이다. 올해 2월 말부터 더불어민주당이 행정수도 이전 법안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매매량은 △1월 299건 △2월 373건 △3월 750건으로 급증했다. 민주당은 이달 세종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또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대통령실·행정수도 세종시 이전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매매시장에서 급매 소진 이후 매도 호가가 급격히 오른 점도 경매 시장을 달구는 요인이다. 한 달 새 세종시 매물 감소율이 12.8%(아실 집계 기준)로 전국 1위를 기록할 만큼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장석천 한국공인중개사회 세종시 남부지회장은 “한 달 전까지는 세종시 이전 기대감에 외지인들의 아파트 매입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거래가 뜸하다”며 “단기간에 호가가 5000만 원에서 1억 원까지 오른 탓에 급매가 아니면 잘 안 찾는다”고 전했다.
아파트 매매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당분간 경매 시장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지난해까지만 분위기가 좋지 않았지만 최근 가격대라면 매수할 만하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며 “세종시 이전 기대감이 커지면서 낮은 가격에 매물을 선점하려는 경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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