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미국의 관세 정책 강화 여파로 올해와 내년 세계 원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가 에너지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OPEC은 14일(현지시간) 발표한 4월 월간 원유시장보고서에서 올해 전세계 원유 수요량을 일일 1억 505만 배럴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 3월 보고서의 예측치(일일 1억520만 배럴)보다 일일 15만 배럴 줄어든 수치다.
다만 지난해 전세계 원유 수요량(일일 1억 375만 배럴)과 비교하면 여전히 일일 130만 배럴 증가한 수준으로, 성장세 자체는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OPEC은 특히 연말로 갈수록 원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세계 원유 수요를 분기별로 살펴보면 1분기 일일 1억 416만 배럴에서 점차 증가해 4분기에는 일일 1억 641만 배럴까지 확대될 것으로 OPEC은 예측했다. 계절적 요인과 더불어 글로벌 경제활동 정상화가 지속되는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전망치 하향 폭은 더 컸다. OPEC은 2026년 전세계 원유 수요량을 일일 1억 633만 배럴로 예측해 지난달 보고서보다 일일 30만 배럴 낮췄다. 이는 올해 4분기 예상 수요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원유 수요 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본 것이다.
OPEC은 "올해와 내년 원유 수요 예측치 하향은 새롭게 발표된 미국의 관세 정책의 영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중국 등을 대상으로 관세율을 인상하면서 글로벌 교역량 감소가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원유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원유 선물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세계 각 국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관세 계획을 발표한 이후 약 13% 하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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