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들여 약 1억 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기소된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남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15일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김상연)는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 대표 부부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피고인 측은 윤 대표가 구 대표에게 미공개 주요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고, 미공개 정보 생성 시점도 구 대표가 주식을 매수한 이후라고 주장했다.
윤 대표 측 변호인은 “윤 대표가 구 대표에게 미공개 주요 정보를 전달하거나 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검찰이 제시한 미공개 정보는 2023년 4월 17일 BRV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투자가 확정된 이후에 생성된 것이어서 구 대표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 대표 측 변호인도 “윤 대표로부터 유상증자 관련 정보를 전달받거나 투자 제안을 받은 바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피고인 측은 이날 검찰이 제출한 증거 가운데 사건과 무관한 다른 회사(고려아연)의 주식 거래 내역 및 증권사 직원과의 통화 녹취록 등이 포함된 점을 지적하며 증거신청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에 해당 증거의 관련성을 입증할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고, 공판은 추가 진행 없이 마무리됐다.
피고인 측은 이날 검찰이 제출한 증거 가운데 사건과 직접 관련 없는 고려아연의 주식 거래 내역과 증권사 직원과의 통화 녹취록 등이 포함됐다며 증거 신청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검찰에 이들 증거가 사건과 구체적으로 어떤 관련이 있는지 입증할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한 뒤 이날 공판을 마무리했다.
구 대표는 지난 2023년 4월 남편인 윤 대표가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있는 BRV가 코스닥 상장 바이오기업 메지온의 유상증자에 500억 원 규모로 참여한다는 미공개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이를 이용해 메지온 주식 3만 5990주(6억5000만 원 상당)를 매입해 약 1억 566만 6600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윤 대표 또한 BRV가 메지온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미공개 정보를 먼저 파악하고 이를 배우자인 구 대표에게 전달해 주식을 매수하도록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이들 부부의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을 검찰에 통보했고, 같은 달 시민단체인 민생경제연구소도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구 대표의 자택과 LG복지재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뒤 지난달 23일 두 사람을 불구속 상태로 기소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5월 29일 오후 2시에 열리며, 이날은 최범진 클로버인베스트먼트 대표 겸 메지온 기타비상무이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최 이사는 메지온 투자 과정에서 특정인의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은 인물이다.
한편 이날 공판이 끝난 직후 법정 밖에서는 삼부토건 소액주주라고 밝힌 한 남성이 윤 대표를 향해 고성을 지르고 멱살을 잡으려 하는 등 소동이 발생했다. 윤 대표는 지난해 10월 삼부토건 창업자의 손자인 조창연 전 BRV 고문으로부터 사기 혐의로 피소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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